문화
한국판 ‘엘 시스테마’는 전북 무주에서 맹연습 중
입력 2015-08-12 15:15 

의자에 등대지 말고, 발은 바닥에 대자. 눈은 날 보고, 악기는 더 들어야지! 연주할 때 다른 파트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들어봐. 여유 있지만 자신감 있게 가자. 틀려도 좋아. 옳지!”
지난 10일 전북 무주군 설천면 ‘태권도원의 도약센터 3층 대강당. 지휘자 채은석 씨가 46명에 이르는 천안·청주 지역 청소년 단원을 가르치느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오는 11월 공연을 목표로 2박 3일 간 맹연습을 계획했다. 한화가 주최하고 한국메세나협회가 주관한 ‘2015 한화청소년오케스트라 여름캠프 현장이다.
이 학생들은 악기를 전공하고 있는, 미래의 전문 음악인들이 아니다. ‘함께 하는 음악의 즐거움을 배워 가는 공동체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이곳에 모인 청소년 단원들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악기를 처음 접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실력보다는 악기를 배우려는 의지가 확인되면 입단할 수 있게 했다. 악기를 선택할 때도 본인 의사를 최대한 존중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룻 오보에 호른 등 각 파트별로 그동안 1주일에 2회 안팎의 연습을 했다. 이번 캠프엔 모든 파트의 악기가 한 자리에 모여 합주연습을 하는 것이다. 시·공간 제약상 합주 기회를 자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며 모두들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실력으로는 아직 미숙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프로 못지 않다.
음악은 이들의 삶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청주 중림초등학교 6학년 김수정 양은 클라리넷을 부른다. 김 양이 말했다. 원래 음악을 좋아했어요. 신나거나 기분 안좋을 때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풀리거든요. 주변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꺼리가 많이 생겨서 좋아요.”
천안 성환초등학교 6학년 손찬욱 군은 무거운 첼로를 연주하느라 늘 힘들단다. 하지만 학예회 때 학급 친구들에게 멋들어진 첼로 연주를 선사하자 스타가 됐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말수가 적은 청주농업고등학교 3학년 김선우 군도 플룻을 연주하는 취미가 생겼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단원들은 2박 3일 간 로시니의 윌리엄텔 서곡,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 중 꽃의 왈츠,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등을 연습했다. 악기를 처음 잡는 단원들의 수준에 맞춰 적당히 편곡한 노래들이다. 채은석 씨 지휘가 계속되자 연주 완성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채 씨는 아이들 스스로 잘 따라오지 못하는 친구를 몰래 가르쳐주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한다”며 실력만 중시하는 일반 오케스트라와 달리 합주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들도 사명감을 갖고 있고, 그래서 저도 참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오케스트라 운영을 돕는 숨은 일꾼들도 많다. 단원모집, 교육·일정관리 등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음악총감독 김정선 씨를 비롯해 악기파트별 강사, 코디네이터 등 10여명의 스탭들이 발로 뛰고 있다. 김정선 씨는 해마다 단원이 바뀌고, 단원들마다 수준 차이가 있어서 오케스트라 운영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합주 과정에서 아이들 표정 말투 정서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눈에 확보이기 때문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취미나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북 무주 =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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