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매정한 히타치 부활…주저한 샤프는 몰락
입력 2015-08-12 12:04 

‘불사조는 자신의 몸을 태운 뒤 다시 부활한다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법한 위의 경구가 딱 들어맞는 경우가 있다. 일본의 두 대표 전자기업인 히타치와 샤프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히타치는 2008년도에 일본 제조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7800억엔의 적자를 냈다. 당시 존폐위기까지 몰렸던 히타치는 뼈를 깎는 사업재편에 나선다. 당시까지만 해도 알짜배기로 통했던 LCD 디스플레이 사업 등을 빠르게 타회사에 처분하고 인프라 사업에 집중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PC 등 히타치가 전통적으로 강했던 분야 대다수가 한국에게 밀릴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히타치는 사회기반시설·IT시스템·전력·건설기계·특수전자기기·자동차부품 등 5대 사업구조로 그룹 전반을 재편하고 20여개의 인프라 관련 회사를 인수하는 등 인프라 올인전략을 폈다.
히타치의 전략은 통했다. 2010년 들어 동남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인프라 확대가 화두가 되기 시작했고 올해에는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를 설립하면서 시장확대의 방아쇠를 당겼다. 여기다 일본 아베정권 역시 인프라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개발사업에 우리 돈 120조원을 쏟겠다고 발표했다. 인프라 시장이 활황세로 접어든 결과 히타치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9조 7619억엔)과 영업이익(6004억엔)을 기록했다. 금융위기까지만 해도 비실거렸던 전자공룡이 새로운 인프라시장의 주인공으로 부활한 것이다.
반면 일본의 가전업체인 샤프는 여전히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히타치와 같이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샤프는 지난해에만 2223억엔의 순손실을 냈다. 이미 가격경쟁력을 잃은 LCD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를 쥐고 있다가 탈이 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후방산업인 LCD가 부진하자 TV 등의 가전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잃고 있다. 일본매체 보도에 따르면 샤프는 최근들어 유럽에 이어 북미 TV시장에서도 철수를 했고 북미의 주요 생산거점인 멕시코 공장을 중국 가전 대기업인 하이센스에 매각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샤프는 올 회계연도에도 1000억엔 이상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례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경쟁력 없는 기존사업은 과감히 접고 새로운 미래산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불사조 정신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실제로 기업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수명은 1935년 90년에서 1995년 22년으로 그리고 2015년에는 15년으로 줄어들었다. 세계화로 인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기업의 안정적인 존속이 힘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를 인지하고서도 발 바뀌지 못하고 있다. 이미 투자한 것에 대한 미련과 내 사업에 대한 애착이 과감한 사업구조 개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임지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GE, 지멘스, 슈나이더, 히타치 등이 기존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우리기업들도 초심으로 돌아가서 새로 시작해도 이 사업을 할 것인가를 자문하고 과감히 털어낼 것은 털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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