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천국서 소송천국으로’ 추락 위기 美 델라웨어
입력 2015-08-04 16:46 

미국 전체 상장기업 절반이 본사를 두고 있어 ‘기업천국이라는 명성을 얻고있는 델라웨어주가 ‘기업소송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델라웨어주가 최근 기업-주주간 집단 소송에서 주주가 패하더라도 기업이 주주들에게 법무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비용 전가(Fee-Shifting)를 금지한 탓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12일 이같은 법이 델라웨어 주 상원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델라웨어 소재 기업들이 주주들로부터 줄소송 공포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대형 식품업체 돌푸드 소송건이다. 돌푸드의 개인 주주들은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매입한 자사 주식 가격이 너무 저렴해 주주들에게 해를 끼쳤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돌 푸드의 전직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카터씨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가 델라웨어로 이주해왔던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기업환경은 상당히 균형이 있었다”며 그런데 최근 기업환경이 변화를 겪으면서 심각한 문제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 회사 CEO인 데이비드 머독은 지난해 가을 델라웨어 주지사를 만나 기업을 다른 주로 옮겨가겠다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돌푸드 소송에 대한 판결은 아직 나지 않았지만 델라웨어에 있는 대기업들은 유사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개인주주들이 패소에 대한 부담이 확실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의 묻지마 소송 대열에 참여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델라웨어 주 대법원에 ‘비용전가와 관련한 소송이 접수된 이래 이같은 논란이 계속돼왔으며, 미국 상무부까지 나서 비용전가를 옹호하고 나섰지만 델라웨어 정부는 개인들 편에 섰다.
델라웨어 주는 본래 주 인구보다 등록기업 수가 많을 만큼 친기업 정책으로 유명한 곳이다.
델라웨어 주는 1899년 친기업법인 델라웨어 일반 기업법을 제정하며 뉴욕·뉴저지 등으로부터 ‘기업 천국 위상을 빼앗아온 이래 100여년동안 명성을 이어왔다.
델라웨어주 2015 회계년도 법인세 수익은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주 예산의 26%에 달하는 수치다. 기업 납세가 주재정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이전이 본격화 될 경우, 주 정부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델라웨어 주가 친기업 이미지를 내던지자 미국의 다른 주들이 그 자리를 노리기 시작했다. 텍사스와 미시간 주는 기업소송을 전담하는 법원까지 만들었으며, 네바다 주는 낮은 법인세로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오클라호마는 주는 주주들의 소송을 제한하는 법률을 지난해 통과시켰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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