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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허준혁 “허가너? 패하면 큰일 나겠다”
입력 2015-08-04 06:40 
두산 베어스 투수 허준혁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2015년. 두산 베어스 팬들에게 어리둥절한 한 해다. 막혀 있던 ‘좌완 수맥이 제대로 뚫렸다. 여길 저길 둘러봐도 왼손이 넘친다. 무엇보다 투수 허준혁(24)의 깜짝 등장이 그 방점을 찍었다. 더스틴 니퍼트의 ‘땜빵에서 이제 ‘허가너를 바라보는 허준혁을 만나봤다.
허준혁은 올 시즌 6경기 선발 등판해 3승 평균자책점 2.06을 기록 중이다. 두산의 장외 방어율 왕이다. 내용도 알차다. 퀄리티스타트(QS)도 3번 성공시켰다. 5회 이전 조기강판도 없다. 반신반의하던 시선들도 어느덧 ‘느낌표로 변화 중이다.
▲5년간의 우여곡절, 그리고 성장
허준혁이 하루아침에 나타난 건 아니다. 지난 5년 간 우여곡절이 있었다. 허준혁은 지난 2009년 롯데 자이언츠의 2차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18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입단 첫 해인 2010년 제리 로이스터 당시 롯데 감독 밑에서 불펜으로 57경기에 나서 1승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했다.
이후 2년 간 22경기 출장에 그쳤다. 다시 기회는 오는 듯 했다. 2012년 투수 이승호의 자유계약(FA)영입 때 SK 와이번스의 보상선수로 지명 당한 것. 하지만 SK에서도 자리 잡지 못했다. 결국 허준혁은 2013년 2차 드래프트 때 두산으로 건너왔다.
허준혁은 지난 5년을 ‘남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다른 팀에서도 많은 기회를 줬다. 나도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했는데 당시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두산이라는 팀이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 친한 선수(허경민, 박건우, 정수빈)들이 많아서 야구를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다”
그 시절을 통해 나름 성장도 했다. 허준혁은 20대 초반과 달라진 점에 대해 (야구에 대해)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야구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성숙한 느낌이다. 경험이 하루하루 쌓이면서 집중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마운드 위에서 뿜어낸 반전 매력
경기장 밖 허준혁은 내성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배짱이 두둑해진다. 딱 무대 체질이다. 선발 데뷔승을 거둔 지난 6월 13일 잠실 NC전(6이닝 무실점)도 그랬다. 원래 스타일이 그렇다.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떨리지 않는다. 공 몇 개만 던지면 바로 적응된다.”
사실 떨리긴 했다. 마운드 위가 아닌 더그아웃에서. 허준혁은 오히려 선발 데뷔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떨렸다.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더 그랬다. 그런데 공을 던지기 시작하니 싹 사라졌다”고 빙긋이 웃었다.
스스로에게는 냉철했다. 허준혁은 지난 7월 24일 마산 NC전에서 1회 4타자 연속 안타를 맞아 2실점한 뒤 2회 솔로 홈런도 내줬다. 한 번 쯤 흔들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5회까지 3실점으로 막아낸 뒤 시즌 3승째를 따냈다. 그래도 불만족이다.
당시 19일만의 선발 등판도 영향이 약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선발로서 안고가야 할 부분이다. 신중하게 해야 되는데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 연타를 맞고 정신이 없었다. 앞으로 있어서 큰 약이 될 경기였다. 오히려 최근 등판(30일 잠실 한화전 5이닝 2실점)이 더 안 좋았다. 제구가 안 좋아 볼넷을 많이 내줬다. 투구수 조절도 안 됐다. 정말 불만족스러웠다”
허준혁은 시속 140km 내외 구속의 빠른 공을 가졌다. 힘보다는 다양한 변화구 제구력으로 경기를 풀어간다. 스스로도 제구력 유지가 최우선 목표다. 윽박지르는 투구 스타일이 아니다. 정교함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제구력이 흔들리면 다 무너진다. 항상 제구에 집중하겠다.”
두산 베어스 투수 허준혁 사진=MK스포츠 DB
▲격한 반응을 보인 ‘허가너
미래로 시선을 옮겼다. 허준혁은 한국 나이 26살로 아직 군 미필인 상태다. 입대에 대한 생각도 있을 법하다. 생각보다 담담했다. 허준혁은 남자라면 누구나 갔다 와야 하는 곳이다. 생각은 하고 있지만 당장 고민은 아니다. 가야할 때가 오면 입대하니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남은 시즌 목표에 대해서도 모범 답변을 내놨다. 항상 똑같다. 승패에 신경 안 쓴다. 계속 이 상태로 선발 로테이션 돌면서 열심히 던지는 것만 목표다”
마지막 질문. 허준혁은 자신의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두산 팬들은 허준혁에 ‘허가너라는 별명을 붙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좌완투수 메디슨 범가너를 본 딴 별명이다. 질문을 듣자마자 손사래를 크게 친다. 인터뷰 중 가장 격한 반응.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허가너라는 별명은 ‘곱쇼와 함께 TV 중계에서 봤다. 그래도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별명이 생겼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것 아닌가. 별명을 붙여준 팬들한테 고맙다.”
범가너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맹활약해 MVP와 함께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런 기대감도 반영된 별명일까. 이 말을 들은 허준혁의 대답. 큰일 났네. 나 패하면 큰일 나겠다” 쑥스러운 웃음과 함께 허준혁은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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