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난 배당株펀드…석달새 1조5천억 몰려

상반기 투자자금을 쓸어 담았던 중소형주·헬스케어펀드가 주춤하면서 배당주 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가 사상 첫 중간배당을 할 것으로 관측되는 등 하반기 기업들의 배당정책 변화가 예상되면서 연말로 갈수록 배당주 투자상품의 인기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20개 배당주펀드에는 최근 석 달간 1조5383억원이 유입됐다. 연초 이후 들어온 자금은 2조원을 넘겼다. 연초 중소형주·헬스케어주 등 테마펀드 열풍과 중국·유럽 등 해외 상품 인기로 소외됐던 배당주펀드에 자금이 다시 몰리는 모양새다. 기준금리가 1.5%로 내려오면서 은행 예금 등 확정수익 상품이 의미를 잃었고 이 자리를 배당주펀드가 대신하고 있다.
올해 들어 배당주펀드는 11.03%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9.56%)보다 한 발 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당주의 상승세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두드러지는 만큼 현시점에 배당주 투자에 나설 경우 리스크 대비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번 회계연도부터 기업소득환류세제·배당소득증대세제 등 배당장려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최근 삼성·SK 등 기업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친화 정책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배당 확대에 나설 여지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의 실적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코스피 예상 배당수익률은 1.37%로 예상된다. 지난해 1.28%에 비해 약 0.1%포인트 늘어난 규모다. 2%를 넘었던 2000년대 초와 비교했을 때 역대 최고치는 아니지만 사상 처음으로 배당수익률과 정기예금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주주가치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통상 배당에 대한 기대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반영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배당주 투자에 나서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별로는 'KB액티브배당' 펀드가 올 들어 37.91%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가장 좋은 성과를 냈고, '동양중소형고배당'이 35.65%,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가 31.23%의 수익률을 기록해 그 뒤를 이었다.
3년 수익률 기준으로도 이들 3개 펀드가 가장 상위에 올랐고, 배당주 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신영밸류고배당'은 3년 누적 63.04%로 그 다음을 기록했다.

거래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신배당지수도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의 수익률도 크게 올랐다. 지금까지는 배당성장지수가 고배당지수를 앞서는 모양새다.
'코스피 배당성장 50' 지수를 추종하는 'TIGER배당성장' 상장지수펀드(ETF)는 연초 이후 20일까지 28.57%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코스피 고배당 50'을 따르는 '마이티코스피고배당' ETF는 같은 기간 18.37%의 성과를 올렸다.
오 연구원은 "배당주 투자는 단기투자보다 중장기 투자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이 같은 철학을 가진 상품을 고를 경우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