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그렉시트` 위기 잘 넘긴 유럽펀드는
입력 2015-07-15 04:03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되면서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다시 날개를 펴고 있다. 올해 해외 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모으면서 단일 지역 투자펀드로 중국 다음으로 큰 유럽펀드는 올해 초 유럽 경기 회복과 양적완화로 기대가 높았지만 최근 그리스 사태가 터지면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1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럽펀드들은 유로존 정상회의의 결과가 전해진 13일 하루 만에 2.24% 상승하면서 그간의 하락폭을 만회했다. 유럽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여전하다. 유럽 증시가 그리스 여파로 흔들린 최근 석 달간 유럽펀드에는 5658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돼 해외 주식형 펀드 유입액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하락기 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펀드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리스 구제금융안 타결로 유럽 시장의 내재적 위험은 일단락됐지만 향후에도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대외 불확실성이 투자 수익률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안이 타결되기 전인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JP모간유럽대표(UH)' '피델리티유럽' 'KB롬바드오디에유럽셀렉션' '이스트스프링유러피언리더스' 등의 펀드가 하락폭을 -3% 내외로 제한하면서 시장 전체의 리스크를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유럽펀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슈로더유로'와 '알리안츠유럽배당'은 같은 기간 -6.75%, -7.24%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저조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알리안츠유럽배당 펀드는 1개월 수익률도 -4.28%로 주요 유럽펀드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적을 냈다.
피델리티유럽 펀드와 슈로더유로 펀드 수익률을 가른 것은 영국의 포함 여부였다. 피델리티유럽은 영국이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MSCI Europe Index'를 비교지수로 삼는 반면 슈로더유로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만 편입된 'MSCI EMU Index'를 기준으로 삼는다. 슈로더유로 펀드도 영국 증시에 투자할 수는 있지만 연초 포트폴리오에는 유로존 국가의 주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연초 높은 성과를 거뒀지만 최근에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를 다른 펀드에 비해 크게 반영했다.
'KB롬바드오디에유럽셀렉션'은 동일 종목 비중을 4% 아래로 편입하고 개별 국가 비중을 35%로 제한하는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시장 하락에도 상대적으로 튼튼한 체력을 자랑했다. 이 펀드는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배기업,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 이벤트가 예상되는 기업 등 세 가지 바스켓으로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부분 종목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경기와 관계없는 투자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나 스텁니스카 피델리티자산운용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구매자관리지수(PMI)에서 제조·서비스 분야 모두 지속적인 경기 확대 신호가 보이는 등 유럽 시장 펀더멘털은 긍정적"이라면서 "(협상 타결 전부터) 그리스 사태로 인한 실물 경제의 타격이 유럽지역의 근본적인 경제 회복세를 막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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