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마트 마을’ 된 청학동…원격 서당수업 시대 연다
입력 2015-07-06 16:06 

6일 경상남도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청학동. 산골 마을 하늘에 드론이 날자 흰 두루마기를 차려입은 어르신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추락과 조난 사고자를 찾아낼 ‘하늘을 나는 카메라지요.”라는 설명을 듣고 청학동 주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LTE통신망에 기반해 작동하는 이 드론은 KT가 청학동에 기증한 것으로 열영상·고화질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청학동 어른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끈 건 혈당을 체크할 수 있는 모바일 솔루션 ‘요닥이었다. 소변을 묻힌 종이를 단말에 끼우면 이것이 의료기관으로 보내져 분석된 뒤 환자 스마트폰으로 병명이 전송된다.
한국 전통 문화를 간직한 청학동이 세계적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입고 ‘스마트 마을로 재탄생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이 날 기가 인프라와 지역 맞춤형 IT솔루션을 적용한 ‘청학동 기가 창조마을을 선포하고 전통과 첨단의 만남을 통해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농촌마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10월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기가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11월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비무장지대 내 기가 스쿨), 올해 3월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도(기가 아일랜드)에 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오지 주민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기가 스토리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지리산 중턱(해발 800m)에 위치한 청학동은 산간 지역 특성상 주민 고립이나 조난 가능성이 높다. 외부 교류도 쉽지 않아 교육·문화·의료의 질도 타 지역보다 낮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에 KT는 자사 기가 인프라를 바탕으로 안전한 생활 환경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보통신융합기술(ICT) 솔루션을 선정해 청학동에 적용했다. 청학동의 고유한 문화를 해치지 않기 위한 노력도 병행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기존 마을도서관을 ICT 복합문화공간인 ‘기가 서당으로 탈바꿈한 점이다.
특히 KT가 전담하고 있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기업인 ‘애니랙티브의 모바일 전자칠판 솔루션(비터치)이 이곳에 적용돼, 청학동 서당 훈장이 멀리 떨어진 지역의 아동이나 외국인에게 한자 등 전통 문화를 가르칠 수 있게 됐다. 훈장이 센서가 장착된 붓펜으로 종이에 글씨를 쓰면 동작을 인식해 대형화면과 학생들의 모바일 기기에 반영된다. 마치 손으로 쓴 것 같은 한자가 전자칠판에 나타나자 서울에서 유학중인 외국인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훈장은 아비 부(父)를 쓴 뒤 글자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황창규 회장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키운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을 청학동에서 처음 상용화했다”며 KT는 앞으로도 이같은 참신한 IT기술을 기가 프로젝트에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학동 주민들은 KT의 사회공헌단인 KT IT서포터즈가 진행하는 교육을 받게 되며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는 문화와 교양 강좌도 원격 회의 솔루션을 통해 수강할 수 있다.
관광 수익이 지역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학동의 특수성에 착안해 KT는 마을 곳곳에 비콘(위치기반 감지센서)을 도입했다.
앞으로 이곳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은 ‘청학동앱을 통해 주요 명소에서 관광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KT는 청학동 주민 가운데 노년층이 많은 점에 착안해 모바일 건강검진 솔루션(요닥)과 자녀가 부모의 스마트폰을 원격 제어하는 고령자 전용 앱(해피온)도 제공한다.
이날 창조마을 선포의 일환으로 KT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ICT 기반 스마트팜 확산과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올해 초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 방문해 기가 아일랜드를 체험하고 청학동 창조마을 구상 의사를 KT측에 전달한 바 있다. 농식품부는 기가 아일랜드 사례를 시작으로 ICT기반 창조마을을 농촌관광과 첨단농업에 폭넓게 적용해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양해각서 체결식에는 황 회장을 비롯해 윤경림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 윤상기 하동군수 등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청학동은 KT와 농식품부가 협력한 제1호 창조 마을 사례로 기록됐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한국형 스마트팜 개발, 농촌 지역사회 활성화, 스마트팜 기술의 글로벌 진출 기반 마련 등 농식품부의 창조 마을 사업에 KT와 지속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창조마을: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생활환경과 경제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농촌 마을.
[하동(청학동)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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