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그리스 국민투표, 예상 깬 ‘압도적 반대` 이유는
입력 2015-07-06 10:48 

그리스가 지난 5일(현지시간)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박빙을 보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최종 개표 결과 반대가 61.3%로 찬성(38.7%)을 2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그렉시트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결과다.
이번 결과는 애초 박빙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소 다르다. 그리스 방송사들은 이날 투표가 종료된 뒤 최종 여론 조사 결과 박빙이 예상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찬성과 반대는 각각 44%와 43%, 43%와 42.5% 등 1%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오차범위(3%)에 있었다.
국민투표에서 사전 여론조사보다 반대가 높아진 것에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대국민 설득이 막판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반대가 클수록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 채권단으로부터 더 좋은 합의안을 끌어낼 수 있다”고 그리스 국민들을 설득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불이행이 발생한 지난달 30일만 해도 채권단의 협상안을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일 가진 긴급 연설에서 입장을 전격 선회해 국민투표를 강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지지율만 신경쓰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국민들을 계속 설득한 결과 압도적인 차이로 반대 결과를 만들어냈다.

치프라스 총리의 반대 설득이 통한 배경에는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의 희생 요구에 진력이 났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금까지 IMF의 구제안을 받아들인 국가들은 대다수가 통화 가치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경기를 활성화함으로써 회생에 성공했지만 그리스는 유로화 체제이기 때문에 통화 정책을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임금 인하, 세금 인상 등과 같은 긴축 정책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데 그 결과 최근 8년새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이 25% 줄고 실업률은 25%를 기록하는 등 경제가 악화돼 그리스 국민들의 거부감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채권단의 제안을 반대함으로써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해 채무 탕감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일말의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식적으로 논의되진 않았지만 IMF는 그리스 채무 30%를 탕감해주는 채무조정이 필요하다는 계산을 내놓기도 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정부는 국민투표 결과를 갖고 채권단과의 추가 협상에서 채무 탕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반대로 그리스가 유럽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며 그리스 정부에 이어 그리스 시중은행들도 채무 불이행 사태에 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그리스 은행의 유동성 완충 규모는 10억 유로 정도에 그쳐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원 없이 예정대로 7일 은행 문을 열고 하루 인출금액을 60유로로 제한한 자본통제를 푼다면 은행들은 도산이 확실시된다.
따라서 6일 예정된 ECB 회의 결과에 따라 그리스가 어느 갈림길을 택할지 정해질 것으로 보이며 양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6일 긴급 회동할 예정이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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