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 자산운용사 10곳 중 8곳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입력 2015-06-16 17:44  | 수정 2015-06-16 21:59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추진에 대해 국내 자산운용사 대부분이 '찬성' 입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문제 제기한 양사 간 합병비율의 경우 국내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정상적으로 정해졌고, 합병이 향후 삼성물산의 주주 가치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국내 운용사들의 삼성물산 보유 지분은 2% 안팎으로 크지는 않지만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 그룹으로서 이들의 의견이 다른 국내외 기관이나 소액주주들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매일경제신문이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팩트셋(FactSet)'의 삼성물산 최신 주주현황에 나타난 지분 0.01%(약 1만5000주) 이상 보유 국내 자산운용사 10곳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및 담당 펀드매니저 등을 전수조사했다. 조사결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운용사는 모두 '긍정적 검토' 입장으로 나타났다.

유리자산운용의 한진규 CIO는 "국내 기업 간 합병비율은 현행법상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산정하게 돼 있는 만큼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CIO도 "삼성물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것은 다른 건설업종도 마찬가지이고 오히려 합병을 통해 물산이 지주회사의 지위로 올라가면 현재 보유한 자산가치를 인정받고 활용할 수 있다"며 찬성 입장임을 밝혔다. 키움투자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다음달 17일 주주총회 전까지 주가 흐름을 살펴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으로 현재 주가 수준이 유지된다면 사실상 찬성 가능성이 높다.
교보악사자산운용과 NH-CA자산운용 등은 "인덱스펀드 자금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엇비슷하게 보유 중이기 때문에 합병 비율에 따른 유·불리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찬성 입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손동식 미래에셋 주식운용부문 대표는 "외국계 투자자의 의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ISS 의견서 등을 본 뒤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국내 운용사 10곳의 삼성물산 보유지분 합계는 2.52%로 이 가운데 삼성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이 가장 많은 1.39%를 갖고 있다. 삼성운용의 경우 계열 금융사의 '중립적 의결권 행사(섀도보팅)' 원칙에 따라 주총에서 다른 주주들의 투표 비율에 따라 그대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돼 있다.
삼성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9곳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가 조금 넘는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삼성 측 우호지분(KCC 포함)이 약 20%이고 반대 측인 엘리엇(7.12%)이 26%에 달하는 나머지 외국계로부터 반대표를 얼마나 끌어모을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의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날 한화투자증권이 합병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둔 보고서를 낸 것과 달리 유진투자증권과 교보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은 이날 잇달아 합병 성공을 점쳐 주목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측과 국민연금 국내기관 등 약 40%가 이번 합병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석민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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