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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불륜 드라마만? 세상이 막장 드라마다
입력 2015-06-12 09:45  | 수정 2015-06-12 10:4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아침 일일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 단골손님처럼 꼭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막장 드라마란 편견을 어떻게 깰 건가요?”.
15일 첫 방송되는 MBC 새 일일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드라마는 바람난 남편을 혼쭐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의기투합한 세 여자의 우정과 의리를 그린다. 그러기 위해선 ‘불륜 장면을 피할 수 없다.
불륜 소재가 소위 ‘막장 드라마의 단골소재인만큼 자칫하면 작품성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연출을 맡은 김흥동 PD는 내러티브적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편법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 드라마와 코미디, 현실감이 잘 버무려졌기 때문에, 편법이나 사술을 쓰지 않고, 정공법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뿐 아니라 어떤 창작물도 그 스스로 ‘막장이길 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겉잡을 수 없이 극이 전개돼다 보면 결과적으로 막장 드라마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열거하기조차 힘든 수많은 막장 드라마가 안방 시청자를 분노하게 하지 않았나.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있다. 출생의 비밀, 배우자의 바람, 고부 갈등, 이유 없는 죽음. 흔한 드라마 속 설정들이다. 그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막말과 육탄전의 향연은 덤. 수개월간 풀리지 않던 갈등의 실타래가 종영일이 다가올수록 어찌 그리 금세 풀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중에서도 불륜은 아마도 드라마의 역사와 길이길이 함께 할 소중한 소재다. 지금도 다수의 드라마에선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는 아내 혹은 남편의 뒷조사와 미행이 진행 중이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혀를 끌끌 차면서도 눈을 반짝이고 귀를 쫑긋한다.
하지만 불륜 드라마를 욕할 일이 아니다. 현실이, 아니 세상이 드라마보다 더 한 막장이다. 이 사회에 얼마나 많은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가. 토막, 존속살인, 친족간 강간, 강도 방화 등 무시무시한 뉴스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나라 돌아가는 꼴도 다를 바 없다.
(결과적으로) 배우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지만 당사자들끼리만큼은 순수한, 진정한 사랑이라고 예쁘게 포장하는, 불륜은 이 막장 같은 세상에서 그나마 양반이다.
지금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막장 드라마 같은 고민들이 쏟아지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바로 이웃집 근황도 모르고 지내는 요즘 세상, TV 드라마 스토리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때문에 불륜 소재는 결코 드라마계를 은퇴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불륜 드라마가 곧 막장 드라마일까. 이 공식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다. ‘아내의 자격, ‘따뜻한 말 한마디 등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내면을 밀도 있게 그린 작품들은 불륜 드라마라는 오명을 뛰어넘어 수작(秀作)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파탄에 이르게 된 배경과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가는 과정을 일리있게 그려낸다면 결코 막장 드라마로 폄하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다.
‘위대한 조강지처의 김 PD는 우리 삶 자체가, 코미디 같다”고 했다. 동감한다. 삶은 코미디 중에서도 아주 지독한, 실소가 나오는 블랙 코미디다. 그런 고단한 삶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게 해줄 수 있는 고마운 존재가 한편으론 드라마다.
비록 두 주먹 불끈 쥐게 하는 설정이라도 시청자와 함께 울고 웃는 작품이라면, 그를 두고 막장 드라마라 하진 않을 것이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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