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메르스가 처음 발병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난 10년간 약 4만명이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우디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 보고된 지난 2012년 이후 이달 8일까지 확진 환자가 1027명인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 대부분의 메르스 감염자들은 감염사실조차 모르고 증상이 개선된 셈이다.
독일 본 대학 바이러스연구소 소장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게재한 연구논문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인 1만 여명을 대상으로 혈액샘플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추정치가 나왔다고 아랍에미리트 영자지 ‘더 내셔널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 조사결과 15명에서 메르스 항체가 발견됐다. 메르스 항체가 발견됐다는 것은 과거에 메르스에 감염된 적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사우디 전체인구 약 2730만 명 가운데 4만 명 정도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드로스텐 교수는 사우디서 메르스 치사율이 40%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는 훨씬 낮은 ‘한 자리 숫자일 것”이라며 감염자 다수는 증상이 없거나 그냥 감기몸살로 알고 지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우도 메르스 확진 환자 중 사망자들은 주로 만성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노년층이다.
드로스텐 교수는 항체는 평생 지속되지 않고 오래가지 못하는 것이 확실하다”며 약 5~10년간 검출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대 10년 전부터 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오래 전부터 인류의 질환인 셈이다.
특히 메르스가 중간매개체로 알려진 낙타에게는 최소 20년 넘게 영향을 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2월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이안 리프킨 교수는 1992년부터 채집한 260개의 낙타 혈액 샘플을 조사한 결과 4분의 3에서 항체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12년 9월 처음 발견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리던 이 바이러스가 최소 20년 동안 낙타 사이에서는 꽤 흔한 바이러스였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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