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속셈 드러내는 3대주주 엘리엇
입력 2015-06-05 20:24  | 수정 2015-06-05 23:44
삼성물산 3대 주주로 올라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측에 보유 주식을 현물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칠 것을 요구했다.
5일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쳐달라는 요구를 담은 주주제안서를 엘리엇 측이 4일 등기로 삼성물산에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주제안서를 받은 만큼 내용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정관 변경을 정식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물배당은 기업이 현금 대신 자사주나 다른 상장사 주식 등 보유하고 있는 실물자산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배당 방식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비롯해 제일기획 12.6%, 삼성SDS 17.1%, 제일모직 1.4% 등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의 합은 약 14조원에 달한다. 게다가 6848억원의 가치를 지닌 자사주 5.76%도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가격이 아닌 장부가격(Book value)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엘리엇 측의 주식 현물배당 요구에 대해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의 기업 안정성을 저해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해석했다.
계열사 지분을 배당으로 달라는 요구는 기업의 미래 성장성이나 경영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정관 변경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주주총회 출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삼성물산의 주주명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주들을 수소문해 정족수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확보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엘리엇과 같은 지배구조 펀드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물도 배당할 수 있도록 배당 범위를 넓혀달라는 엘리엇의 요구는 그 자체를 원한다기보다는 삼성물산이 일반 주주의 이익과 반하는 목적으로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음을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에게 엘리엇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캠페인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전날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 가치를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양사 간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상 규정에 따라 결정된 것이며 시장이 현재 평가한 대로 합병 비율을 적용한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대영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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