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도심 속의 두 얼굴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지금
입력 2015-06-05 14:49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을 나와 8호선 석촌역까지 걷다 보면 길 양 옆으로 펼쳐진 대조적인 풍경이 낯설게 다가온다. 왼쪽으로는 잠실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트리지움 3696가구가 32층 높이로 빼곡히 들어서 있지만 오른쪽으로는 그보다 넓은 구역에 3~5층 저층 주거지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 등이 밀집해 있는 송파구 삼전동은 요즘에도 곳곳에 빌라 신축이 한창이다. 지난해 가을 삼전동 빌라촌에 자리잡은 이승희 씨(30·여)는 지은지 5년 이상 된 빌라들은 주차 공간이 부족해 출퇴근 시간이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전세금이 아파트 매매가의 70~80%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으면서 최근 20~30대 신혼부부 사이에서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 등 빌라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지역이라도 아파트 전세금이나 매매가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것이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서울에서 빌라는 방 2칸(전용30~40㎡)이 1억3000만~1억9000만원 선, 방 3칸(전용60~70㎡)은 2억1000만~2억8000만원 수준으로 강남과 비강남 가격 편차가 아파트와 달리 거의 없다”고 말했다.
빌라 전세·매매 수요가 늘면서 송파구 삼전동, 동작구 사당동, 은평구 신사동, 강서구 염창동 등 서울의 대표적인 빌라촌 곳곳에는 신축 공사도 한창이다. 동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입구 곳곳에서는 어김없이 신축빌라 분양을 알리는 광고 전단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 전세난에 지친 젊은층을 겨냥해 방3개에 화장실 2개를 갖춘 다세대·연립 주택이다. 동작구 사당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남성·사당·이수역 인근 신축 빌라 매매가는 전용 50㎡형 투룸이 1억8000만~1억9000만원 선, 전용 75㎡형 스리룸은 2억7000만~2억8000만원 선”이라며 전세가 아닌 매매를 택한 실수요자들까지 늘어 최근 3년 새 지어진 신축 빌라는 가격이 1000만~1500만원 정도 올랐고 재고 물량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빌라 수요와 신축 증가는 그러나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단지가 비교적 계획적으로 개발되는 것과 달리 빌라촌은 개별 건축주나 사업자들에 의해 무계획적으로 형성되면서 주차와 안전, 교육 등 도시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빌라 밀집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주차난이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다가구주택과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30㎡ 이하는 가구 당 0.5대, 전용면적 30㎡초과~60㎡이하는 0.8대, 전용면적 60㎡초과는 1대 이상 주차공간을 갖춰야 하지만 조성된 지 오래된 빌라촌은 이 규정도 소용이 없다. 실제로 서울지하철 7호선 남성역과 이수역, 4호선 사당역 일대에 조성된 다세대·도시형 생활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골목골목 주차된 차량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 부천에서는 골목길 주차 문제로 발생한 이웃간 시비가 살인사건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다세대·연립주택 등은 노후화 속도도 아파트보다 빠르다. 관리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영등포구 대림동 빌라에 전세로 살고 있는 최민우 씨(27·남)는 좁은 골목길 곳곳에 제멋대로 버려진 음식물 쓰리기를 보면 짜증 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최근 지저분하고 어두워서 위험하다는 민원이 집중됐던 문정1동 골목길 빌라 현관마다 미러 시트를 부착하고 화단을 만드는 ‘골목길 경관개선 사업을 벌였다”고 전했다.
빌라 거주자들에게는 아이들 교육 문제도 큰 걱정거리다. 사당동 빌라에 사는 임현섭 씨(35)는 아이들이 학교갈 나이가 되니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가야 하지 않나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뉴타운·재개발 구역을 지속적으로 해제하면서 노후화된 저층 주거지에 다세대·다가구 주택만 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 전체 주거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노후·저층 주거지 맞춤형 재생정책을 발표했지만 슬럼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도 많다.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용 주차공간을 만들고 골목길 환경 개선을 해줘야 하는데 예산 문제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빌라 위주의 재생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빌라는 역세권이어도 주차·안전 관리와 교육여건 상 되팔 때 본전을 찾는 것조차 힘들다”며 재테크 관점에서 보더라고 빨리 대출금을 갚고 돈을 모아 2~3년 새 이사간다는 목표와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