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달리는 코끼리’ 인도 실전 비즈니스 A~Z
입력 2015-05-21 12:03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지난 18~19일 국빈 방한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00년 전 한국과 인도의 인연부터 시작해 강남스타일을 사랑하는 인도 사람들까지 거론하며 우리나라 대기업(특히 조선업체)과 중소기업들에게 인도로 오라”는 유혹의 향기를 뿌리고 떠났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전 세계 10위에 진입한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 세계에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 제 2의 중국으로 부상한 국가 ‘인도는 거스르기 힘든 거대한 흐름이 된 것만 같다. 하지만 이 흐름. 결코 만만치 않다.
미국 국적 통신판매회사의 인도 콜센터 이야기를 다룬 시트콤 <아웃소스드>를 보면 상사를 위해 일을 하는 척 하면서 뒤에서는 그를 쫓아내기 위해 마치 당연하다는 듯 중상모략을 짜는 인도 중간 관리자의 모습이 등장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나라 최고의 철강 기업인 포스코는 10년 전 인도 정부로부터 일관제철소를 짓게끔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지금껏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고만 있다. 인도 대법원은 한 컨설팅회사가 삼성에게 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낸 소송을 두고 지난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법원에 출두하라”며 출두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인도가 가능성이 많은 나라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매우 힘든 나라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작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환경평가(Ease of Doing Business Index)에서 인도는 189개국 중 142위를 차지했다. 인도보다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는 리비아 이라크 코트디부아르 등 중동 아프리카 국가 정도.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인도는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물론 가파르게 늘어나는 인구와 끝이 보이지 않는 땅덩어리, 그리고 펑펑 쏟아져나오는 자원이 많아서 가능성이 넘치는 인도가 최근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고질병이었던 인플레이션이 잡히면서 성장도 늘어나고 신용등급은 좋아졌고, 주가도 올라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직접 자기 돈을 투입한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 (본지 5월 12일자 A1·10면 참조)도 한창인 것을 보면 인도 코끼리가 슬슬 움직일 때가 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인도에서 가장 성공적인 외국계 기업 명단에는 한국의 현대와 삼성 이름이 포함돼 있으니 한국인의 DNA가 인도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인도를 어찌할꺼나. 매경 MBA팀은 ‘인도에서 사업하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2004~2011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도 지사장을 맡으며 전 세계 두번째 시장으로 키워 낸 라비 벤카테산(Ravi Venkatesan), 그리고 포스코경영연구소에서 현지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김용식 박사 두 사람을 인터뷰 했다. 주요 질문에 대한 응답을 토론 형식으로 재구성해 보았다.


▶ 어떻게 하면 인도 현지의 정부나 기업,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
- 라비 = 인도에서 사업하기란 혼란(Chaos)의 연속이다. 변화무쌍한 규제, 각종 부정부패 등이 그 요인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아마존, 맥도날드, 유니레버, 스즈키, 현대, 삼성 등과 같은 기업들은 인도에서 성공하고 있다.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인내와 헌신이다. 또 이들은 모두 글로벌 사업모델을 수정해가면서 인도 시장의 요구에 맞춘 제품들을 낼 정도로의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 김 = 현지 파트너의 경우 사업추진과정에서 사업 환경이 변화되거나 손실을 볼 경우 일방적인 철회를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합작 파트너간의 책임 규정과 계약 불이행에 대한 손해 배상 등 세부 조항들을 포함한 계약서를 철저하게 작성해야 한다. 인도에 처음 진입하는 기업이라면 계약서 작성시 인도시장을 잘아는 전문 컨설팅 기업들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단 사업을 시작한 다음에는 파트너와의 신뢰관계 구축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도 사업을 발전시키려는 비전과 자원투입 의지를 수시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 인도에서 기업인들이 원활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관료들에게 적당히 뒷 돈을 찔러주는 것이 좋은가?
- 김 = 현지 사업관행을 생각하면 줄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인도 기업들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기업들이 사업 수주 답례로 돈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 정치인들에 대한 자금지원은 사업 수주가 아니라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애요인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 지출은 자사에게만 유리한 불합리한 계약서 작성과 사업 수주를 위한 뇌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윤리적으로 투명한 기업만이 생존할 것이라는 자명한 원리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라비 = 뇌물과 급행료(speed money)는 다르다. 뇌물은 관료에게 돈을 줘서 그에게 권한이 없는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급행료는 어떤 사람이 원래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돈을 대는 것이다. 그런데 인도에서 대부분 문제가 되는 것은 늦은 일처리, 그리고 급행료 요구 관행이다. 일례로 노르웨이 연어를 수입하는 호텔이 있다. 사흘이 지나면 연어가 상한다는 것을 세관원은 잘 안다. 이틀이 지나면 호텔측은 연어 수입 승인을 위해 세관원에게 조금의 돈을 바칠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때 오가는 돈이 급행료다. 많은 회사들은 이런 승인 절차 업무를 아웃소싱해 제 3자에게 맡긴다. 위 예에서 호텔은 세관승인 전담 에이전트를 고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뇌물을 주고받진 말아야 한다.

▶ 인도에서 가장 성공한 노무관리 사례는 무엇인지 알고 싶다. 살인적인 인도의 이직률은 CEO와 중간 관리자들을 괴롭히는 요인이다.
- 라비 = 인도에서 노무관리를 잘 하려면 청년들의 야망을 잘 읽어야 한다. 그들은 빨리 성장하길 바란다. 빨리 배우고, 승진도 빨리 하고 싶어 한다. 때문에, 현 직장이 본인들에게 좋은 기회를 줄 것이라 생각되지 않으면 퇴사한다. 그래서 직장 내 근무환경과 인사관리가 매우 큰 차이를 만든다. 같은 산업이라도 한 회사의 직원 감소율은 10%인데 다른 회사는 25-30%다. 회사는 대학교에 방문해 야심차고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 졸업생들을 고용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 훈련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아무리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이어도 그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또한 투명성이 있고 공정하며 일하기 즐거운 내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회사가 직원들의 신임을 얻는데 문제 없다. 스타트업 플립카트(Flipkart)부터 아마존이나 MS 같은 대기업까지 인도에서 성공을 한 모든 회사는 다 이렇게 내부관리를 했다.
- 김 = 현지인들을 단순히 저임 근로자가 아니라 기업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인적자산으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근로자들을 가족처럼 대해준다 하더라도 급여가 높은 다른 회사로 잦은 이직이 발생하기에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더라도 근무하고 싶은 회사 이미지를 구축하고 건전한 선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기업에 플러스 요인이 더 많다. 인도인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족관계를 중요시한다. 인도 근로자들을 가족의 일원으로 느낄 수 있게 생일 잔치나 가족 경조사를 같이 기념해주고 근로자들을 칭찬해 주는 기업문화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LG 인도의 전 김광로 회장은 다른 CEO들과 달리 조그만 시골 지역 유통망 확충을 위해 직접 오지까지 찾아다니면서 사람들을 격려했다. 그 결과, 성공적으로 유통망을 구축해 기업 성장의 기반을 강화했다고 한다. 기업 고위층 레벨에서 자신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인정을 해 준다는 감정이 기업에 대한 충성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체면을 중시하는 인도 근로자들의 특성을 감안하여 직급 세분화를 통해 여러 계층을 만들고 단순한 급여 인상이 아니라 일종의 명예욕도 충족시켜 주는 노력이 병행되어야만 한다.

▶인도의 소비자들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대상으로 듣고 있다. 인도의 고객들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 김 = 인도 소비자들의 낮은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아직은 가격민감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 우위를 찾아 제품 선호도를 바꿈으로써 충성고객을 만들기 어렵다. 소비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들의 경우 소득수준에 따른 제품차별화가 보편적이다. 힌두스탄유니레버는 인도 소득수준에 맞춰 대용량 포장이 아닌 4센트짜리 1회용 샴푸와 비누를 출시하여 돌풍을 일으켰다. 삼성전자 역시 최고급인 갤럭시S시리즈부터 5000 루피대의 Galaxy Star, 일만루피대의 Galaxy Grand 2만 루피대의 Galaxy A5 등을 출시하여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다음 개선된 제품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리더인 마루티스즈키는 인도 시장에 적합한 저가 소형자동차부터 시장하여 다양한 제품 폭을 확대하여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국민차로 불리는 소형 Alto800을 기점으로 800cc대의 여러 소형차들에 특화 하였으며 다양한 가격대의 품질이 향상된 제품군을 생산함으로써 고객재창출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 라비 = 한국과 달리 인도의 ‘경제 피라미드는 매우 높다. 우선 스위스 인구수만큼의 ‘초 부유층이 있다. 그 다음으로 호주 인구수만큼의 부유층이 있다. 중산층의 규모는 서유럽과 같고 마지막으로 하루 소비가 2달러 이하인 사람들이 8억명이다. 이 모든 사람들이 소비자들이긴 하지만 보다시피 차이점은 크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략해야 할 사람들은 피라미드의 꼭대기나 밑이 아닌, 중간에 속한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많은 해외 기업들은 글로벌 제품, 가격, 비즈니스 모델이 ‘초 부유층과 맞기에 그들을 먼저 타겟으로 삼는다. 이 역시도 괜찮은 방법이지만 결국엔 빨리 ‘중간층에 속한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힘든 작업이다. 비용과 성과에 대한 개념을 매우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타 지역에서 파는 제품의 30% 정도 되는 가격으로 70-80%의 성능이 발휘되는 제품을 만드는 ‘검소한 혁신(frugal innovation)이 필요하다. 또한 인도 지역에 특화된 마케팅 메시지를 구상하고 혁신적인 유통채널을 찾아야 한다. 자동차부문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가전제품 분야에서는 LG와 삼성이 이런 면에서는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외국계 기업인들이 인도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 라비 = 다양한 외국인 사업가들이 있지만, 이중 성공하는 사람들은 열린 생각과 호기심, 겸손함이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에겐 모든 경험이 배우는 시간이다. 그들은 (직원들을) 가르치는 만큼 배운다. 반면 성공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인도 음식, 교통체증 등에 대한 두려움으로 갖고 인도에 온다. 그들은 선진국의 잣대로 인도를 비교하면서 (있지도 않은) 많은 것들을 기대한다. 결국엔 모든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인도를 떠날 시간만을 기다린다. 인도는 ‘모순의 국가다. 인도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하는가? 그렇다. 인도인들은 게으른가? 역시 그렇다. 인도 사람들은 규정과 절차를 잘 따르는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인도는 매우 이상하고 모순적이면서 사업을 하기에 도전적인 나라다. 그렇지만 인도를 사랑하고 인도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곳에 온다면 큰 보상을 받을 것이다.
- 김 = 인도 시장을 뒤처진 시장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2000년 초반 인도 시장에 조기 진입하였으나 인도 시장에 맞는 저가의 중급 품질이 아닌 자국의 고급제품을 그대로 도입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저버렸다. 반면 한국기업은 일본 기업과 달리 중저가 시장을 먼저 공략하기 위해 저가의 적정품질을 갖춘 제품을 도입함으로써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으며 마루티스즈키 역시 인도인들의 소득 수준에 적합한 소형차를 도입하여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수 많은 외국기업들의 도전 속에서도 시장 리더를 유지하고 있다. 또 하나의 오해는 인도를 단일 시장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인도는 주별로 상이한 소비세와 주간 이동에 세금을 물리는 정책 등이 시장을 분리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마치 30개 국가가 있는 것처럼 생각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도에서 향후 사업기회를 평가한다면? 또 기회가 큰 분야가 있다면?
- 김 = 12억 이상의 인구와 가장 젊은 국가라는 장점과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증가할 인당국민소득 등을 고려할 때 입지 매력도로는 인도만한 시장이 없다는 측면에서 공감이 간다. 다만 인도는 인도만의 고유한 특성을 갖춘 시장이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인도인의 시각에서 접근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향후 인도에서 사업기회가 큰 분야로는 현 정부가 주력하고 인프라스트럭쳐 개선 사업을 고려할 때 건설부문과 발전소 건설 및 운영, 급증하고 있는 FMCG 및 유통 분야 등을 들 수 있다. 12억 인구와 중산층의 급등에 따른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 기회가 증가할 것이다. 관건은 사업기회가 아니라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이 어떻게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 라비 = 지난 25년 동안 중국의 성장은 매우 인상 깊었다. 그렇지만 현재 중국 경제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겪는 문제는 많아져 간다. 일부 유럽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제 2의 중국을 찾으려는 마음이 있다. 인도는 ‘제 2의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여태까지는 사업을 하기에 매우 힘든 곳이었다. 이제 모디 총리가 인도의 관료주의(Red Tape”)를 외국 기업들을 맞이하는 ‘레드 카펫으로 변화할 것이라 공표했다. 인도의 경제 역시 성장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인도를 좋은 투자처로 만든다.

■ 인도 비즈니스 할 때 알아야 할 10가지
1) 인도에서 ‘일주일 걸린다는 말은 ‘한달 걸린다는 뜻
2) 세계 10대 기업 CEO라도 인도에서는 별 것 아닌 존재다.
3) 분명히 상대방은 영어를 잘 하는 것 같은데 나는 못알아 들을 때가 많다
4) 인도의 조찬 미팅은 10시에서 10시 30분에 시작한다
5) 인도의 만찬 약속은 밤 9시에 시작할 때도 있다
6) 면담 약속은 보통 마지막 순간에 결정되고, 마지막 순간에 변경된다.
7) 인도로 출장을 간다면 현지 공휴일이나 축제일을 미리 파악해 둬라
8) 인도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정확하게 지키는 기업은 없다
9)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한다면 인도 전역을 돌아다닐 각오를 하라
10) ‘꽌시는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뇌물에 대한 철학을 굳건하게 세워라
[신현규 기자 /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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