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큰 아픔 준 브릭스 투자 옥석 가려 옥동자 키우기
입력 2015-05-21 10:02 

지난 2003년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990년대 말부터 빠른 경제 성장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경제국 4곳을 하나로 묶은 ‘브릭스(BRICs) 개념을 소개했다. 큰 영토와 많은 인구, 풍부한 지하자원을 갖춘 브릭스 국가들은 ‘성장성을 대표하는 투자처로 부각되자 국내에도 해당 국가들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등 금융상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해당 국가들의 펀드 수익률을 살펴보면 브릭스라는 투자 개념 자체가 적절한 지 의문이 든다. 국가별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수익률을 제고를 위해선 ‘브릭스라는 이름을 버리고 중장기 성장성이 긍정적인 국가를 중심으로 선별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운용 중인 32개 브릭스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평균 수익률은 10.35%이다. 예금, 채권과 같은 안정적인 금융상품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양호한 편이지만 같은 기간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15.07%)에 비하면 낮다. 올해 들어서만 30%에 가까운 평균 수익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본토 펀드와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급락했다가 회복중인 러시아펀드(30.89%)가 분전하고 있음에도 평균 수익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신흥 경제대국들의 모임인 브릭스펀드가 밋밋한 수익률을 나타내고 이유는 각국의 장단기 수익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서다. 중국본토 펀드의 경우 3년 수익률이 71.68%로 가장 우수하며 인도 역시 51.57%로 높다. 반면 브라질과 러시아는 같은 기간 -28.71%와 -4.20%에 그친다. 이처럼 같이 한 쪽이 깎아먹고 다른 쪽이 보충하는 흐름이 지속되다보니 전체 수익률이 치고 나갈 수 없는 구조다. 실제로 브릭스펀드의 최근 3년 평균수익률은 20.20%로 45.39%인 해외주식형 펀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5년 평균수익률(7.57%) 역시 국내주식형 펀드(22.02%)와 해외주식형 펀드(34.71%) 수익률을 한참 밑돌고 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브릭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브라질과 러시아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4개국 주식을 담는 브릭스 전체 보다는 중국과 인도 등 개별 국가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개별 브릭스펀드의 수익률과 포트폴리오 비중을 살펴보면 답이 명확해진다. 국내 브릭스펀드 가운데 올해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골드플랜브릭스연금(20.55%)이 담고 있는 비중 상위 5개 종목 중 4개가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생명보험, ‘텐센트홀딩스, ‘핑안보험 등 중국 주식으로 구성돼 있다. 수익률 2위인 ‘KB멀티매니저브릭스(15.55%)의 경우 텐센트, 핑안보험 등 상위 5개 종목이 모두 중국 기업들이다. 이밖에도 수익률이 양호한 펀드들은 대부분 중국 기업 3~4 종목에 인도 기업 1~2곳으로 구성돼 있을 뿐 브라질과 러시아 주식에 큰 비중을 둔 상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원자재국으로 대변되는 러시아와 브라질은 불안요소가 많다는 분석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경우 지난해 폭락했던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주변 정세(우크라이나)가 안정되면서 올해 들어 펀드 수익률이 좋아졌지만 이는 러시아의 전반적인 경기가 회복됐다기 보다는 기술적인 반등 요인으로 해석된다”며 국제유가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렵고 금리인상에 따른 미국의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원자재국들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1분기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1.9%)한 바 있다.
브라질은 단기 급등한 러시아보다도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김정남 NH투자증권 포트폴리오솔루션부 과장은 올해 들어 신흥국 펀드들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브라질펀드는 4월에 잠깐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며 저평가 매력에 소수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헤알화 가치 등 브라질 경기에 대한 방향성을 전망하기가 어려워 해외펀드 전반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음에도 섣불리 추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도의 경우 지속적인 성장세를 감안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평가다.
자산운용 규모(1100조원) 세계 9위의 아문디 자산운용 아야즈 에브라임 아태지역 CIO는 인도의 경우 과거부터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발목을 잡았으나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이 부분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디 총리는 한국의 박정희(경제 측면에서) 대통령과 비슷한 면이 있다”며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투자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수년간 6%대 안팎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석유 의존도가 높은 인도 기업들의 특성을 고려해 국제유가 흐름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시장에 대한 믿음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현재 중국 증시가 단기 조정 국면에 들어가 있긴 하지만 중국 정부에 의한 유동성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 수익률 측면에서도 중국펀드가 브릭스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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