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재난구호에 드론 활용한다

앞으로 거친 폭풍우로 뱃길이 끊긴 섬마을이나 산사태,폭설 등으로 인해 고립된 지역에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무인항공기(드론)로 의약품이나 간편식 등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드론이 긴급 구호품 뿐만 아니라 개인 택배화물 운송 수단으로도 활용될지 주목된다.
14일 CJ대한통운·CJ제일제당·CGV·CJ헬스케어 등 CJ그룹 4개사는 국민안전처와 홍수 폭설 산불 등 재난이 닥쳤을 때 구호를 위해 드론을 투입하는 등 내용을 담은 ‘국민안전 안심동행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에 따라 CJ 대한통운은 자체 개발한 드론을 이재민 또는 고립지역 주민에게 긴급 구호품을 전달하는 용도로 사용하게 된다. 국내 물류기업이 배송용 드론을 도입한 것은 CJ대한통운이 처음이다.
CJ대한통운이 재난 구호에 활용할 긴급구호품 운송용 드론 ‘CJ 스카이도어(SKY-DOOR)는 CJ측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6개월간 독일 드론업체와 공동으로 연구해 자체 개발했다. 현재 CJ대한통운측이 드론 3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총 6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 드론은 ‘응급 구호품 운송라는 목적과 한국 지형을 감안해 특수 제작했다는 게 CJ대한통운측 설명이다. 화물이 들어갈 화물함은 방수기능을 갖췄고, 전 세계 화물운송용 드론 가운데 유일하게 추락 상황을 대비해 낙하산까지 구비했다.

총 3kg짜리 긴급 구호품을 반경 20km 내 지역에 시속 60km 속도로 운송할 수 있다. 구조대가 신속히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조난자의 생명유지를 위한 비상약품, 안전장비 등 긴급구호품을 신속히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CJ스카이도어가 조난지역에 전달할 구호품은 CJ 제일제당과 CJ헬스케어가 마련할 예정이다. 비상시 CJ 제일제당은 햇반(즉석밥) 스팸(햄) 연어캔 생수 등 간편식과 음료로 구성된 구호식품 키트를, CJ헬스케어는 소독제 진통제 수액 등이 담긴 응급처치 키트를 각각 제공한다.
공식적으로 CJ측은 이번에 개발한 드론을 긴급구호품 운송 외 다른 분야에 활용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CJ가 국내 물류 배송에 드론을 적용하기 위한 걸림돌만 해소된다면 충분히 택배를 포함한 다양한 민간 서비스까지 드론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안전처와의 협약 역시 공익적인 측면 뿐 아니라 일반 운송을 대비한 일종 ‘시범 운행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항공법·전파법 상으로 상업적 드론 운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도심에선 실제 차량 운송이 훨씬 경제적이라 물류업체가 드론을 당장은 활용할 필요가 적다”면서도 하지만 차량의 접근이 쉽지 않은 섬이나 산간 지역에서는 규제만 풀린다면 드론 배송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항공법 시행규칙 68조 1항에는 ‘무인비행장치(드론) 조종자는 비행장치 무인비행장치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조종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전파법 상에서는 드론 조종이 가능한 5.8기가헤르츠(GHz) 주파수대의 출력 허용 범위가 10mW(밀리와트)로 허용 기준 내 출력으로는 장거리 조정이 어렵다. 하지만 현재 안전처와 CJ는 긴급 구호품 운송시에는 이런 기준을 완화해 드론을 운행할 수 있도록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드론 배송 서비스가 시행 중이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독일의 대형 물류 배송업체 DHL는 지난해 9월부터 독일 내에서 드론을 이용한 배송 프로젝트인 ‘파슬콥터 2.0를 시행했다.
미국 대형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최근 드론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프라임 에어 기술 특허를 취득하고 사용자의 주소가 아닌 현재 사용자가 있는 위치에 물품을 바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아마존은 연내 드론 상업화를 목표로 미국연방항공청(AAA)에 배송용 드론 시험 운항을 승인받은 상태다. 중국 최대 유통기업인 알리바바 계열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도 최근 드론을 통한 물품배송 시험서비스를 실시했다.
[이새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