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새정치민주연합,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입력 2015-05-11 11:36  | 수정 2015-05-12 15:17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을 가리켜 '봉숭아 학당'이라 부릅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최고위원끼리 서로 싸우고, 뛰쳐나가고,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니 어쩌면 정통 개그프로그램들이 긴장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야권 지지자들에게는 대단히 씁쓸한 웃음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먼저 지난주 있었던 정청래 최고위원과 주승용 최고위원의 설전을 들어보죠

▶ 인터뷰 : 주승용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8일)
-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씀 들어서 정말 치욕적인 생각이 듭니다. 저는 사퇴합니다. 모든 지도부들 사퇴해야 합니다."

▶ 인터뷰 : 정청래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5월 8일)
- "(주승용 최고위원은)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표의 사퇴요구가 잠잠해지고, 당이 전열을 재정비하는가 싶었는데, 이런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서로 비판하는 것은 얼마든지 자유입니다.

그러나 많은 기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참으로 거친 설전을 벌인 것은 그저 민망할 따름입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주 최고위원이나, 거친 발언을 서슴없이 한 정 최고위원 모두에게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지역구로 내려갔고, 문 대표가 십고초려해도 복귀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문 대표의 사퇴만이 해답일까요?

문 대표의 오늘 아침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최고위원회의 모든 발언은 대표와 최고위원의 개인적인 발언 아니다. 당을 대표해서 드리는 발언이다. 그런 만큼 당의 입장에서 서서 더 공감 받을 내용과 정제된 표현으로 할 것을 당부 드린다. 대표와 최고위원직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최고위원 당선됐을 때부터 그 의무를 부여받고 약속한 것이다. 특히 주 최고는 호남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도 공백 크다. 선당후사 마음으로 당을 위해 함께 해주시길 당부드린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부적절했고, 주 최고위원의 행동도 잘못됐다는 겁니다.

정 최고위원과 주 최고위원은 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습니다.

당은 정 최고위원이 사과를 하고, 주 최고위원이 복귀하는 것을 그리고 잇습니다.

하지만, 사태는 더 꼬여가고 있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이번에는 박주선 의원과도 공방을 벌였습니다.

박 의원이 정 최고위원에게 거친 말을 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종편에 나가 시정잡배, 대안정당 운운하며 저를 공격하시던데, 이 기사에 대해 해명 좀 해주세요"라면서 "호남 민심은 박주선 의원 같은 이런 국회의원들을 지지할까요"라고 되받아쳤습니다.

정 최고위원이 링크를 건 기사에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주선 의원이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할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지지할 형편이 못 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10일에도 "대선 때 문재인 당선을 위해 죽으라고 뛰었던 정청래. 대선 때 박근혜를 지지하려고 했던 박주선. 우리 당의 대선주자 문재인을 지키려는 정청래. 문재인을 흔들어 대선주자를 망가뜨리려는 박주선…과연 누가 옳은가?"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박 의원은 "만남과 지지도 구별 못 하는 최고위원이 있다는 게 부끄럽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노랫소리까지 나왔고, 이를 만류하기는커녕 끝까지 불렀어야 한다며 부추긴 최고위원도 있었습니다.

▶ 인터뷰 : 유승희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5월 8일)
- "어제 점심때 경로당에 가서 인절미에 김칫국 먹으면서 노래 한 자락 불러드리고 왔습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인터뷰 : 추미애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5월8일)
- "유승희 최고위원이 노래를 한 소절만 불러서 안타깝네요."

▶ 인터뷰 : 유승희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오늘 아침)
- "지난주 최고위원회에서 의도와 달리 심려 끼쳐 죄송하다."

이쯤 되면 국민 정서와는 완벽히 동떨어진 봉숭아 학당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유승희 최고위원이 오늘 아침 사과를 했습니다만, 이미 여론은 새정치연합에 싸늘해질 대로 싸늘해졌습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분열이 아니라 그냥 헤쳐모여를 하는 게 나을 듯싶습니다.

왜 이들에게는 국민이 보이지 않을까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41.3%로 4개월 만에 다시 40%대로 올라선 반면, 새정치연합은 27%로 다시 20%대로 내려갔습니다.

차기 대선지지도에서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2.6%로 3.4%p 상승했고, 문재인 대표는 22.5%로 2.3%p 하락했습니다.
(2015년 5월 4일~ 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0명.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 응답률 전화면접 방식 16.5%, 자동응답 방식 5.7%. 표본오차 95% ±2.2%p)

민심을 모르고서는 선거에 이길 수 없고, 대권을 잡을 수 없습니다.

야권이 계속 패하는 이유는 바로 민심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하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 민심은 야권에 대해 그만 추한 싸움을 멈추라는 겁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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