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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진짜타자] ‘수비달인’ 김상수, 예뻐하지 않을 수 없는 유격수
입력 2015-05-11 06:02 
김상수는 포구와 송구의 유연한 연결동작이 돋보이는 유격수다.사진=MK스포츠 DB
삼성 유격수 김상수(25)에 대한 류중일 감독의 돈독한 믿음과 애정은 일찌감치 소문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수비를 보니 류감독의 마음을 120% 이해하게 된다. 과연 어느 팀, 어느 감독이 그와 같은 유격수를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비의 기본이 실수의 확률을 낮추는 데 있다면, 내야수는 땅볼 타구를 처리할 때 두 가지 목표를 갖게 된다. 바운드를 줄여서 포구 실수 확률을 떨어뜨리고, 던지는 거리를 줄여서 송구 실수 확률을 낮추는 것이다.
김상수의 수비는 물흐르듯 연결되는 포구와 송구에서 이 ‘확률의 미션을 알차게 수행해낸다.
바운드와 송구거리를 동시에 줄이는 순발력 있는 대시를 정말 잘 한다.
그는 대시의 이점을 포구에서만 끝내지 않는다. (포구 동작에서) 전진하면서 얻은 탄력으로 축발(오른발)을 강하게 차면서 지면반력을 이용하는 강한 송구동작을 만들어낸다.

흔히 유격수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강한 어깨를 꼽는데 이는 단순히 어깨의 근력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렇게 파워를 잘 이용하는 동작이 받쳐줘야 빠르고 힘 있는 송구가 가능하다. 튼튼한 어깨만큼이나 그의 강한 다리가 파워 넘치는 송구 동작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삼성의 첫 ‘도루왕이라는 김상수의 다리는 베이스러닝 만큼이나 수비에서도 톡톡히 위력을 뽐내는 듯하다. 지면반력을 이용하는 그의 힘 있는 발차기는 직선타 처리에서도 빛을 발한다. 175cm의 키로 그리 장신은 아니지만, 상당한 탄력 점프가 가능한 김상수는 남들의 예상보다는 훨씬 높은 포물선의 타구까지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게임에서 내야수들의 수비실책은 포구보다 송구에서 훨씬 더 많이 나온다. 그럼에도 현장의 수비 훈련이 받는 동작만을 연습하는 펑고 중심인 경우가 많은 것은 아무래도 던지는 것보다 땅볼 처리가 어렵다는 난이도 차이에 대한 인식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야수의 송구는 포구에서 이어지는 연결동작이라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다. 포구와 송구를 연결하는 세트 훈련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송구보다 우선 포구에 집중하는 우리 야구는 전통적으로 내야수들에게 ‘자세를 낮추라는 주문을 한다. 미국으로 건너가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기본기 훈련 단계에서 우리와 다른 교육방식을 몇 가지 발견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낮은 자세에 대한 관점이다. 그들은 타구를 기다리는 대기 자세에서 내야수의 적정 무릎 각도를 40~45도 정도면 충분하다고 가르치고 있었다.
이는 우리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서있는 자세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시가 용이하면서 포구 이후의 송구 동작을 쉽게 한다. ‘알까기를 극악의 수비 미스로 보는 우리가 ‘낮게 ‘낮게를 외치는 동안, 지나치게 내야수들의 등을 두드려댄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김상수의 대기 자세는 상당히 ‘미국형으로 보였다. 적극적인 대시를 준비하는 그가 타구를 기다리는 자세는 그렇게 낮지 않다. 빠르게 달려 나가고 강하게 던지는 김상수의 리듬감 있는 포구와 송구 연결은 그의 유연하고 가벼운 대기 동작에서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그래픽=매경닷컴 MK스포츠 이주영 기자 / tmet231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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