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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핀테크 플랫폼 사업에 전격 진출
입력 2015-05-08 16:21  | 수정 2015-05-08 23:55
LG그룹이 금융업에 관심 있는 IT업체가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를 세울 수 있도록 돕는 '핀테크 플랫폼 사업'에 전격 뛰어들었다. 수년간 금융IT 분야 강자 노릇을 해온 계열사 LG CNS를 통해서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최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핀테크 플랫폼' 시연회를 열고 관련 기술을 다수 금융사와 IT업체에 전격 공개했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에도 기술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의적인 금융 스타트업을 대거 육성하고 LG그룹 '핀테크 생태계'를 만들어 '창업 요람' 역할을 하겠다는 게 LG CNS 방침이다. 루프페이를 앞세워 결제시장 생태계 조성에 나선 삼성그룹에 맞서 더 큰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LG CNS '핀테크 플랫폼'에는 금융 경험이 일천한 IT업체가 당장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기반 기술이 두루 녹아 있다. 결제, 송금, 크라우드펀딩은 물론 영상으로 본인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인증 기술까지 확보했다. LG CNS는 국내 유수 은행과 보험, 증권사 IT 인프라 사업 분야에서 국내 1위 업체다. 은행을 하려면 IT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금융 노하우를 살려 LG CNS 독자 플랫폼 형태로 사업 모델을 만든 것이다. 연예인 매니저로 오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 연예기획사를 차려 신인 발굴에 나선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 IT업체가 이 같은 핀테크 플랫폼을 만들어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LG CNS가 금융사 하청을 받아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그쳤다면 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IT업체가 단숨에 금융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본격 서비스에 나선 것이다.

일선 IT업체 입장에서 LG CNS와 손을 잡으면 적잖은 이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은행 기술과 규제를 한번에 꿰뚫고 있는 사업 파트너와 협업해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를 세울 때 드는 비용과 시간을 대거 단축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내부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 경험이 일천한 IT업체가 은행을 세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LG CNS 관계자는 "새로 만든 '핀테크 플랫폼'에는 금융사 설립에 필요한 모든 기능이 갖춰져 있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곧바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며 "복잡한 금융당국 규제를 고려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LG CNS는 준비기간 1년만 거치면 곧바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자본에 의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발달한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이 같은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는 금융 IT 강자인 히타치가 다수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전체 은행 숫자는 약 7000개로 추산되는데 이 중 자체 IT 인프라를 갖춘 곳은 100여 곳 미만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IT업체 플랫폼을 활용해 대거 위탁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금융사를 제외하면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네이버 다음 엔씨소프트 등 IT업체가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가 물밑에서 LG와 협의하고 있다. LG는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핀테크 생태계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LG와 협업하러 찾아온 창의적인 스타트업과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 4개국에 걸쳐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을 운영 중인 액센추어와도 협업에 나섰다.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비롯한 전산 위탁에 대해 암묵적 규제를 시행하고 있어 논란이 될 수 있다. LG에 종속될 것을 우려한 IT업체가 LG와 손을 잡기 꺼려할 가능성도 있다.
[홍장원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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