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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잠실에 `한국판 마리나베이` 만든다
입력 2015-04-30 17:19  | 수정 2015-04-30 19:59
스포츠·문화·엔터테인파크로 조성되는 잠실종합운동장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되는 코엑스·한전 용지 일대 개발 예시도. [사진 제공〓서울시]
서울시가 잠실종합운동장과 탄천 일대 95만㎡를 '한국판 마리나베이'로 개발한다. 2020년대 중반 개발이 끝나면 이 일대는 서울은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잠실종합운동장은 한강과 탄천으로 둘러싸여 도심 속 수변 공간으로 큰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준공 후 30년이 지나 지역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어 재정비 필요성이 높다"며 "이 일대를 국제도시 경쟁력을 견인하는 세계적 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후화된 항만 배후단지를 호텔, 공원, 컨벤션센터, 쇼핑몰 등 복합리조트(IR)로 개발해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를 연상케 하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제공하는 옛 한국전력 용지 공공기여금 일부를 주경기장 리모델링에 우선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서울시가 공개한 개발 밑그림을 보면 한국판 마리나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운동장에서 한강 접근을 막고 있는 올림픽대로 일대와 코엑스~한전 용지와 잠실운동장을 가로막고 있는 탄천 일대가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다. 올림픽대로 영동대교 남단~종합운동장 구간 약 3㎞와 탄천 동서로 각각 1㎞를 지하화해 보행로를 연결하고 지상을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올림픽대로를 지하화한 공간 위에는 '한강변 야구장'이 제안됐다. 해변에 세워 관광명소가 된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처럼 홈런을 치면 배 위에서 공을 받을 수 있는 야구장을 조성해 관광명소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한강에는 코엑스에서부터 조성되는 보행로를 이용해 레스토랑과 회의실, 요트 선착장 등이 갖춰진 '마리나'도 들어설 예정이다.
탄천 활용도도 높아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탄천변은 잠재력이 큰 곳"이라며 "한강~탄천~종합운동장을 유람선이나 요트로 연결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탄천과 한강이 만나는 위치에 보가 있어 배가 드나들 수 없지만 보를 옮기고 탄천을 준설해 얕은 하상을 보강하면 배가 들어오는 데 기술적으로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10월 마스터플랜 수립 전까지 국제공모를 통해 한강변 랜드마크호텔 등 훨씬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공모에는 건축물이나 보행로 등 외부 공간 활용 아이디어, 한강·탄천 수변 공간 활용 방안 등 도시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모든 구상을 제출할 수 있다.
시는 주경기장 리모델링과 도로 지하화 등은 서울시가 직접 하지만 그 밖의 지역은 민간 투자를 통해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에서 약 3조원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민자 유치가 이 사업 성공의 열쇠다. 예정된 사업 기간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다.
다만 서울시는 글로벌 관광명소에 필수 시설로 꼽히는 카지노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 본부장은 "카지노는 현재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시설"이라며 "실현 가능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어 당장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가 카지노 수입으로 복합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지노 허용 여부는 향후 민자 유치 과정에서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강남구는 한전 용지 공공기여금을 송파구 소재 잠실운동장 개발에 먼저 사용하기 위한 서울시 계획안에 반대하는 68만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전달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시민들이 서울시의 막무가내식 행정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 시민 모두를 위해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다는 개발 취지를 감안할 때 잠실은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며 "강남구와도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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