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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까지 멀더라” 권혁을 깨운 ‘야신의 쓰담쓰담’
입력 2015-04-23 18:26 
김성근 한화 감독이 9회 말 마운드에 올라 권혁의 뺨을 어루만지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곽혜미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 22일 잠실 LG 트윈스전 경기 도중 움직였다. 좀처럼 보기 드문 모습. 마운드에 직접 오르더니 투수 권혁의 볼을 어루만지며 격려까지 했다. 지금껏 김 감독이 이런 행동을 보인 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 감독은 왜 그라운드로 나섰을까.
이날 LG전은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할 정도의 투수전이 펼쳐졌다. 권혁은 한화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3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무려 54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역투. 한화는 LG를 5-2로 제압했다.
김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오른 순간은 5-2인 9회말. 권혁이 선두타자 문선재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자 더그아웃에서 김 감독이 나섰다. 올 시즌 처음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에 잠실구장을 찾은 한화 원정 팬들의 환호성도 터져 나왔다.
김 감독은 마운드까지 천천히 걸어나가 권혁의 볼을 톡톡 치듯 쓰다듬으며 몇 마디를 건넸다. 역투를 펼친 투수에 대한 격려의 움직임이었다.
2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도 오랜만의 마운드 방문이 어색했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고양 원더시 시절에는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른 적이 없었다. 코치가 그런 말을 할 순 없어 내가 가야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권혁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김 감독의 말을 전해들은 권혁은 환한 미소를 보인 뒤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김 감독은 권혁이 흥분을 좀 한 것 같아서 흥분하지 말고 던지라고 했다. 2점은 줘도 괜찮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감독은 선수도 긴장을 했지만 나도 긴장이 되더라. 그래서 팬들의 환호성은 들리지 않았다”며 멋쩍게 웃은 뒤 마운드까지 거리가 꽤 멀더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권혁은 감독님이 올라오셔서 말씀하신 덕분에 마음을 다 잡는 계기가 됐다”고 감사해 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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