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에코세대, 수익형 부동산 `큰 손`부상
입력 2015-04-23 17:14  | 수정 2015-04-23 19:59
지난 16일 밤 서울 은평구 `신한헤스티아 3차` 오피스텔 분양홍보관에서 30대 직장인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이충우 기자]
지난 16일 서울 은평뉴타운의 '신한헤스티아 3차' 오피스텔 분양홍보관은 퇴근시간이 지나 오후 8시가 넘었지만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원래 오후 6시에 문을 닫지만 혼잡한 토·일요일 대신 평일 퇴근 이후 홍보관을 방문하고 싶다는 요청이 빗발치자 분양 대행사에서 '평일 야간개장'을 결정했던 것. 이날 밤에도 60여 명의 투자자가 홍보관을 찾아 상담을 받았다.
특히 30대 넥타이 부대들이 상담데스크에 앉아 진지하게 상담받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은평뉴타운에서 멀지 않은 광화문, 여의도 등에 직장을 둔 30대 투자자들이다. 이날 분양홍보관을 찾은 여의도 한 증권업체 직원 A씨(35)는 "월급만 바라보고 있으면 답이 안 나온다"며 "공급 과잉이다 뭐다 해도 30대 직장인이 노후를 위해 투자할 만한 부동산은 오피스텔이 제일 낫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구매층으로 떠오른 에코세대(1979~1992년생)가 아파트에 이어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선 현장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1979~1992년생인 에코세대는 '더 이상 아파트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믿는 세대지만 '그래도 내 집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성향 때문에 에코세대는 최근 주택 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에코세대의 부동산 투자 열기는 아파트에 이어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까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부모 세대가 부족한 노후 준비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미리미리 수익형 부동산으로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것도 한 요인이다.
충남 천안에서 분양 중인 A오피스텔 역시 분양홍보관을 야간개장하고 있다. 대부분 인근 산업단지 근무자로 평일 퇴근시간 이후 하루 평균 30여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한다. 방문객 중에는 에코세대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은행 대출을 70%를 받는다고 하면 실투자금 3000만~5000만원이면 가능하고 연 6% 수익률 기준으로 은행이자를 빼고도 1실당 50만원가량 수익이 난다"며 "1실만 투자하려다 상담을 받고 나서 2실을 하는 투자자 비중이 20% 이상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권정우 씨(36)는 최근 7년 동안 납입했던 적금을 타서 서울 은평구 오피스텔 2실을 구입했다. 1실당 1억3000만원 하는 오피스텔 2채를 구입하는 데 들어간 권씨의 투자금은 1억원. 나머지 1억6000만원은 연 3% 초반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권씨는 "은평구 오피스텔의 평균 수익률이 6% 중반이니까 이자를 내더라도 한 달에 70만원 정도 수익이 난다"며 "원래 1실만 하려고 했는데 상담을 받고 난 뒤 다소 무리해서 2실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23일 매일경제신문이 서울 은평뉴타운의 '신한헤스티아 1·2차' 오피스텔 계약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권씨처럼 에코세대로 분류되는 20·30대 비율이 34%에 달했다. 이 가운데 30대는 27%로, 전통적인 오피스텔 투자층인 50대(21%)와 60대 이상(26%)보다 높았다.
트리플파트너를 운영하는 유재성 대표는 "3~4년 전만 해도 오피스텔 계약자 중 에코세대 비율이 15% 안팎에 머물렀지만 최근엔 서울 강북과 지방의 저렴한 오피스텔에 적은 돈으로 투자해 수익을 올리려는 30대 투자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전국 오피스텔 5곳(서울 은평·마포·마곡지구, 경기 평택, 충남 천안)의 계약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마포한강 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은 30대 비중이 20%로, 40대와 50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같은 시행사가 인근에 3년 전 분양했던 오피스텔의 계약자 중 30대 비중은 13%에 불과했지만 3년 새 비중이 7%포인트 올랐다.
서울 마곡지구 B오피스텔 역시 30대가 22%, 40대가 28%로 30·40대 비중이 절반에 달했다. 현재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평택 클래시아'는 계약자 중 30대 비중이 무려 38%에 달한다.
40대(24%), 50대(18%), 60대(11%)를 압도하는 수치다. 30대 계약자는 대부분 인근 대기업 사업장 근무자로 평균 5000만원 미만 투자금을 갖고 대출을 받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기대수익률이 과거보다 훨씬 낮아져 은행이자의 2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젊은층이 대거 몰려드는 게 요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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