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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상식이 지켜져야 `납득 가는 야구` 만든다
입력 2015-04-13 12:45  | 수정 2015-04-13 15:26
한화 팬들은 13일 빈볼을 납득할 수 있을까.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야구는 조목조목 '매너'를 따지는 귀족 스포츠는 아니다. 그러나 정당한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맨십의 경기다. 상식이 있고 선수에 대한 존중이 있다.
한화의 빈볼 사건에서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는 까닭은 상황 자체를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한화에는 이런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3차전서 만루홈런 포함 14안타를 몰아쳐 15-3, 대승을 거뒀다. 2회까지 롯데가 11-1로 앞서면서 일찌감치 승기가 갈렸다. 김이 빠질 법한 상황이었지만 후반 경기는 오히려 긴장감 넘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바로 ‘빈볼 탓이었다.
롯데는 총 4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정훈이 2개, 황재균이 2개를 맞았다. 정훈의 경우 제구가 안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 그런데 황재균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사건은 4회와 5회 연속해서 벌어졌다. 4회 2사 1루 황재균이 타석에 들어섰다. 한화 김민우가 던진 초구가 머리 쪽을 향해 날아들었고, 황재균이 급히 몸을 틀었지만 등에 가격을 당했다.
황재균은 마운드를 노려보며 1루로 걸어갔지만 한화 1루수 김태균이 다독여 더 이상 문제를 키우지 않았다. 빈볼 직후 씁쓸한 표정의 김민우는 모자를 벗고 사과하는 식의 제스쳐를 취하지는 않았다. 다만 고개를 살짝 숙였는데 난감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문제는 5회였다. 롯데가 추가 4점을 뽑은 이후 황재균이 마운드에 들어서자 한화의 3번째 투수 이동걸은 초구에 몸쪽을 향해 공을 던졌다. 2구째는 더 깊게 허리 쪽을 향해 날아들었다. 결국 3구째만에 황재균이 허리에 공을 가격당하면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고, 이동걸은 퇴장당했다.

3개의 공이 연속해서 몸쪽을 노린 이동걸의 고의성은 누구라도 판단할 수 있는 장면. 다만 의도의 주체가 누군지는 본인이 밝히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다. 정황상 한화 벤치가 의심을 산다. 이동걸이 2군에서 갓 올라온 투수였다는 점. 특히 통상적으로 제구가 잘못돼 타자의 몸을 맞혔을 때 투수들의 일반적인 행동과 달리, 김민우와 이동걸이 황재균에게 사과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 오히려 벤치 사인의 의혹을 강하게 한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김성근 한화 감독은 ‘빈볼지시를 부인했다.
정황상 황재균이 10일 1차전 롯데가 8-2로 앞선 6회 시도한 3루 도루, 12일 7-0으로 앞선 상황 2루 도루가 한화 벤치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도루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랫동안 암묵적인 야구계의 ‘관행이었다. 그런데 타고투저가 극심해진 최근, 이런 인식은 바뀐 지 오래다. 특히 한화는 불과 이틀전인 1차전, 2-8로 뒤지던 경기를 9-8로 뒤집기도 했다.
한화가 분노했을 만한 이유로 도루가 언급되는 것 조차 불편하게 느끼는 시선이 많다. 1차전은 6회의 안심할 수 없는 스코어 차이, 3차전은 1회였다.
사실 적지 않은 팬들은 경기 후반 도루를 터부시하는 것 조차 ‘야구계의 구습이라고 여기고 있다. 불펜이 무너져 믿을 수 없는 역전극들이 벌어지는 이때에 선수들의 플레이를 규제하는 것들은 부조리하다는 인식이다. 선수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행위, 나아가 ‘담합으로까지 여기는 이들도 있다.
빈볼을 던진 선수도 피해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해당 사건이었다. 이날 김민우와 이동걸의 표정은 상당히 착잡했다. 제구가 되지 않은 억울함이나 동료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행위의 타당성이 있었다면 그 표정은 조금 다를 법 했다. 특히 이동걸은 1군에 등록된 직후 첫 등판서 사건의 중심에 섰다. 향후 KBO의 추가 징계도 유력하다. 앞으로 1군에서 뛰려면 출장정지 징계가 풀려야 하는데 해당 경기 만큼 이동걸을 엔트리에 남겨둬야 한다. 사실상 투수 엔트리 한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는 뜻으로, 마운드 운영이 붕괴된 한화의 입장에서 이 선택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시즌 초반부터 한화 야구에는 상식이 무너지는 장면이 이어져 논란을 부르고 있다. 선발 투수가 2~3일 휴식 후 마운드에 다시 등판한다거나 시범경기부터 부진한 투수가 110구가 넘도록 마운드를 지키는 등의 일이 있었다.
유독 한화 야구를 납득하기 힘들다면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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