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억원대 연구개발비 빼돌린 노동부 ‘관피아’
입력 2015-04-02 16:00 

고용노동부 위탁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비계 등 가설재의 안전성 인증 업무를 독점해 온 A협회 회장과 이사 등 간부들이 수억원대의 연구개발비를 빼돌리고 뇌물을 받아 무더기 구속기소됐다.
울산지검은 한국전력 산하 5개 화력발전소의 시스템비계 국산화 연구개발비 4억4700만원을 빼돌리고 수천만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활동비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로 A협회 회장 B씨(62)를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 협회 이사 C씨(63)와 사무국장 D씨(52), 전 시험연구소장 E씨(64)도 업무상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한전은 2012년 3월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서 아일랜드산 시스템비계 붕괴로 3명이 숨지자 안전성이 우수한 국산 비계를 개발하기로 하고 이 협회에 총 사업비 15억원 규모의 연구개발을 맡겼다. 시스템비계는 주로 화력발전소에서 쓰는 설비로 둥근 형태의 보일러 벽체에 사용되는 특수한 비계이다. 국내에서는 생산이 안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협회는 연구개발비를 빼돌리는 등 부실 연구를 한 결과 시제품 테스트에서 불합격했다. 한전은 결국 다른 기관에 관련 연구를 다시 맡겼고 그만큼 시스템 비계 국산화는 늦어지게 됐다.
이 협회는 회장 등 임직원이 모두 노동부와 산업안전관리공단 출신으로 노동부의 위탁을 받아 국내 가설재 인증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이번에 구속기소된 회장은 전 서울지방노동청장을 지냈고, 이사는 서울 관악노동지청 산업안전과장 출신이다.
가설재 생산업체는 이 협회의 인증을 받아야 제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가설재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협회 임직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체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협회 임직원이 모두 노동부 출신이다 보니 노동부가 협회에 대해 엄격한 감독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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