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공택지 추첨제 개선책 실효성 논란
입력 2015-03-29 17:34 
중소건설사들이 사실상 '독식'하는 현행 공공택지 추첨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령 개정에 나섰지만, 수십 곳의 자회사와 계열사를 동원한 편법 내부거래는 전혀 막지 못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1개 필지에 계열사를 포함한 1개 회사만 응찰 가능하도록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주장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는 "대형 건설사가 택지를 독점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공공택지 공급 방식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29일 건설업계와 국토부에 따르면 현행 택지개발촉진법상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급하는 공공택지는 추첨 방식으로 공급되는데 별도 공급실적과 관계없이 주택사업시행자일 경우 누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일부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많게는 수십 곳에 달하는 자회사와 계열사, 심지어는 다른 협력사까지 청약에 동원해 당첨 확률을 높여 토지를 선점하는 실정이다. 현행법은 공공택지를 추첨으로 낙찰받은 경우 이것을 공급가격 이하로 다른 업체에 전매할 수 있는 특례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견 업체들이 최고 30여 곳에 달하는 자회사를 동원하는 '편법'으로 추첨 경쟁에 뛰어들어 지난해 공급된 구리 갈매보금자리주택지구의 경우 1개 블록에 무려 120곳의 업체가 신청해 경쟁률이 100대1을 넘는 등의 폐단이 이어져 왔다.

대형 업체는 이들과 달리 계열사 편입 등 절차가 까다로운 탓에 자회사 설립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공공택지를 차지하기 어려워 그간 국토부 등에 꾸준히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결국 국토부는 지난 1월 발표한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 스테이' 촉진 정책 중 하나로 택지 전매제도 강화를 골자로 한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6월께 시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개정안이 적용돼도 중소건설사가 자회사와 계열사를 동원해 당첨 확률을 높이는 행위는 전혀 막을 수 없다는 데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전매를 막는다고 해도 수십 곳의 계열사를 동원해 택지를 낙찰받은 뒤 시공사를 모회사나 다른 건설 자회사로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협력사 등 아예 다른 회사를 활용해 당첨된 토지를 넘겨받는 사례는 막을 수 있지만, 같은 회사 안에서 이뤄지는 내부거래에는 효과가 없는 셈이다.
결국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인기 공공택지를 중소건설사들이 싹쓸이하는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청약 흥행을 이어가는 동탄2와 위례를 비롯해 김포 한강, 광교, 파주 등 2기 신도시에 올해 공급되는 단지는 총 30개에 달하지만 이 중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사 사업장은 고작 6개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17년까지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하기로 한 만큼 남은 공공택지를 둘러싼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소 건설사들의 '낙찰 독식'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대형 건설사들은 계열사를 포함한 1개사에 1개 필지만 분양하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최근 3년간 500가구 이상의 주택 건설 실적과 시공능력을 갖추는 등 일정 실적을 보유한 업체에 택지를 우선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중소 건설사에 새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외 시장에서 먹거리를 발굴하는 대형사와 달리 국내 주택시장이 매출의 전부인 중소회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입찰자격 제한을 두는 것은 자칫 이들의 일감을 모두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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