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우인터내셔널·KT&G·동서…감사시간 짧아 부실 가능성
입력 2015-03-29 17:20  | 수정 2015-03-30 14:47
3월 말 감사보고서가 공시되면서 각 기업들이 한 해 동안 회계 감사를 몇 시간 동안 받았는지 드러나고 있다. 유사 기업들의 평균보다 짧은 시간 동안 감사를 받았다면 부실 감사의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감사 품질은 감사 시간과 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5404시간 동안 감사를 받았다. 문제는 현대제철이 받은 감사 시간이 다른 유사 업체들이 받은 감사 시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자산총액 5조원 규모의 제조업 상장사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평균적으로 5500시간의 감사를 받았다. 현대제철의 자산 규모는 28조원에 달한다. 자산 규모가 비교 대상 기업들보다 5배를 훨씬 넘는데도 이들보다 짧은 시간 동안 감사를 받은 것이다.
현대제철을 감사한 삼정회계법인 측은 "현대제철의 공장 수가 많지 않고 거래처가 몇 개 안 되다보니 짧은 감사 시간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마트도 마찬가지였다. 이마트의 자산 규모는 12조원이나 됐지만 5조원 규모의 동종 업체가 받는 감사시간인 4800시간보다도 짧은 4791시간 동안 감사를 받았다. 이마트의 외부 감사인은 삼일회계법인이다. 이마트 측은 "회사의 전산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신뢰도가 높다보니 감사 시간을 줄일 여지가 컸다"고 해명했다.
대우인터내셔널 감사도 동종 업체 감사시간에 못 미쳤다. 이 회사의 자산 규모는 8조6000억원 수준이지만 5조원 규모 기업의 평균 감사시간인 4800시간보다 321시간이나 적게 감사를 받았다. 대우인터내셔널 감사 담당 회계법인은 한영회계법인이다.
삼일회계법인이 감사한 KT&G 역시 동종 업체 감사시간인 5500시간에 턱없이 부족한 4312시간 동안 감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KT&G의 자산 규모는 6조3000억원으로 비교 대상 기업들의 자산 규모인 5조원보다 1조3000억원이나 컸다.
동종 업체보다 감사시간이 짧은 것은 감사보수가 적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으로서는 적은 감사 수임료를 받고 오랫동안 회계사 인력을 투입한다면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감사보수를 적게 지급한 상장사뿐만 아니라 애당초 저가 수주를 한 회계법인에 책임이 돌아갈 수도 있다.
윤경식 공인회계사회 상근부회장은 "특별한 이유 없이 표준감사시간보다 감사시간이 훨씬 적다면 감사 품질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커진다"며 "공인회계사회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을 상대로 감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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