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관투자가 경영개입 막자" 감사수 줄이기 나선 상장사
입력 2015-03-18 17:42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이 감사 수를 줄이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활발해진 주주행동주의 기관투자가들의 주주제안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모토닉, 인포바인, 대창단조는 감사 수를 축소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상태다. 감사직은 회사 경영진이 업무를 집행하면서 부정이나 과실이 있는지를 감시하는 자리다.
회사별로 감사 수 변화를 살펴보면 모토닉은 기존 1명 이상에서 1명으로, 인포바인은 기존 3명 이내에서 1명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대창단조는 1명 이상이던 감사 수를 2명 이내로 제한을 둘 예정이다. 모토닉·대창단조는 유가증권시장, 인포바인은 코스닥 상장사다.
이처럼 이들 회사가 감사 수에 제한을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최근 일부 기관주주들이 회사 경영활동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 주주행동주의 기관이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본인 입장을 대변해 줄 인사를 감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감사 수가 복수라면 기관주주 측 인사가 감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감사 수를 1명으로 줄여 이 같은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례로 모토닉 주주인 미국 가치투자전문기관 SC펀더멘털은 대주주 측에 배당금 증액·감사 선임 등을 제안하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서와 의안상정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토닉은 1명 이상인 감사 수를 1명으로 제한하면서 기관주주 측에서 또다시 감사 선임 주주제안에 나설 가능성을 낮췄다.
인포바인 주주인 홍콩계 헤지펀드 아센더캐피털은 주주제안으로 원호연 로커스캐피털파트너스 전무의 감사 선임건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상태다. 현재 이 회사 감사는 법무법인 정세의 이규성 변호사 1명이지만, 정관상 감사 수가 3명 이내로 규정돼 있어 추가 선임이 가능하다. 만약 감사 수를 1명으로 제한하는 사측의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된다면 아센더캐피털의 주주제안은 근거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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