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스키인듯 위스키 아닌 ‘순한 양주’ 어떻길래…
입력 2015-03-18 15:14 
디아지오코리아 ‘윈저 더블유 아이스’

국내 주류시장에 ‘위스키인 듯, 위스키 아닌, 위스키 같은 양주가 쏟아지고 있다. 알코올 도수뿐 아니라 위스키 원액 비율을 모두 낮춰 정식 위스키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부드러운 풍미를 강조한 순한 양주 제품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위스키 출고량이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감소할 정도로 업계가 침체된 가운데 기존 양주보다 더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저도 제품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국내 양주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는 알코올 도수 35도짜리 저도주 ‘윈저 더블유 아이스를 출시했다. 2년간 연구·개발한 끝에 한국 시장에서만 전격 출시하는 이 양주는 스카치 위스키 원액을 99.85% 사용하고 나머지는 솔잎과 대추 추출물, 말린 무화과 향액 등을 넣어 배합한 제품이다.
국내 주류시장에서 위스키는 반드시 원액을 100% 사용해야만 ‘위스키라는 정식 명칭에 따라 유통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세법상 ‘기타주류에 속한다. 이번에 디아지오가 내놓은 윈저 더블유 아이스도 원액 100% 대신 향액을 일부 첨가한 만큼 기타주류 중 하나인 ‘스피리트(주정) 드링크에 해당한다. 특히 위스키 본고장인 스코틀랜드 스카치위스키협회 방침에 따라 알코올 도수 40도 미만인 위스키 앞에는 ‘스카치라는 수식어도 붙일 수 없다.
하지만 토종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가 지난 2009년 말 국내 최초 36.5도짜리 위스키 ‘골든블루를 내놓으면서 저도 양주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 마시기 부담스러웠던 기존 위스키 대신 부드러운 저도 위스키는 단숨에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며 급부상했다. 이에 자극 받은 디아지오가 국내 시장에 기타주류인 스피리트 드링크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명칭처럼 이번 신제품은 기존 양주 ‘윈저 원액을 그대로 사용해 위스키가 아니면서도 일반 위스키나 다름 없는 맛을 낸다. 특히 영하 4~6도에서 위스키 원액을 냉각·여과시키는 다른 양주와 달리 이번 제품은 업계 최초로 영하 8도에서 제조됐다. 냉각 온도가 낮을수록 양주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침전물과 기타 불순물을 더욱 말끔히 제거할 수 있다. 그래서 신제품 명칭에도 ‘아이스란 말이 들어갔다.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는 최근 소비자들은 양주 본연의 풍미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음주 다음날 숙취가 덜한 제품을 선호한다”며 이같은 변화 추세에 따라 대표 양주 윈저의 맛을 바탕으로 더욱 순하고 부드러운 신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디아지오에 앞서 롯데주류도 최근 위스키 원액 99%에 과일향을 첨가한 35도짜리 ‘주피터 마일드블루 17을 내놨다. 윈저 더블유 아이스가 주로 12년산 위스키 원액을 바탕으로 제조됐다면 주피터 마일드블루 신제품은 17년산 위스키 원액을 사용했다. 둘 다 ‘위스키라는 명칭을 포기한 스피리트 드링크로 출시된 것이다. 물론 위스키 연산이 다른 만큼 윈저 더블유 아이스 가격은 2만4530원(450㎖ 출고가)으로 주피터 마일드블루 17(4만40원)보다 저렴하다.
롯데주류 역시 저도 양주를 선호하는 소비자 취향을 적극 반영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지난해 35도짜리 주피터 마일드블루를 출시한 뒤 소비자 시음 행사를 벌인 결과 목넘김이 다소 부드럽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위스키 원액을 1% 줄이고 과일향을 첨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아지오와 롯데주류, 골든블루 등 국내 양주업체들이 잇따라 저도주 제품을 내놓으면서 이 분야 치열한 경쟁은 올해 국내 위스키시장 주요 화두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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