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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터미널, 영화 ‘터미널’ 넘어서는 기구한 사연
입력 2015-03-08 15:28 
영화 터미널, 한국판 터미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정지원 인턴기자]
영화 ‘터미널'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벌어졌다.
‘터미널'은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귀국할 수도 미국에 입국할 수도 없게 된 한 동유럽인이 뉴욕 JFK공항 환승구역에서 9개월 동안 지내며 벌어진 일을 그려낸 영화다.
2013년 11월 A씨는 이틀간 여객기를 세 번 갈아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내전이 반복되는 고국에서 입영을 거부하고 도망치듯 떠나온 A씨는 출입국관리 당국에 난민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당국은 난민 신청 사유가 부족하다며 A씨의 입국을 불허하고 이튿날 그를 태우고 온 항공사에 송환지시서를 보냈다. 영어에 서툰 A씨가 진술을 오락가락한 것이 주된 사유였다.

귀국하면 금세 구속될 것이라며 버틴 A씨는 항공사가 비용을 지불하는 송환 대기실(출국 대기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변호사를 선임해 기나긴 소송전을 시작했다.
A씨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소송을 3건이나 냈다. 송환 대기실에서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인신보호 청구소송, 변호사를 접견할 수 있게 해달라는 헌법소송, 정식으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행정소송 등이었다.
우선 인천지법은 작년 4월 대기실 수용이 법적 근거없는 위법한 수용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당국은 그제야 A씨를 환승구역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줬다. 무려 5개월 만에 풀려난 것이다.
20여일 후 당국은 면세점 매장을 전전하는 A씨의 입국을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에는 송환 대기실 내 난민 신청자의 변호인 접견권을 허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 가처분이 나왔다.
난민 자격을 얻으려는 A씨의 노력은 입국 후에도 계속됐다. 그의 땀방울은 서울고법이 올해 1월 말 난민 심사조차 받지 못하게 한 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이 판결은 당국이 상고를 포기해 최근 확정됐다.
A씨는 지난달 10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지 1년3개월 만에 마침내 정식 난민 심사를 신청했다.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헌재 본안소송 선고도 기다리고 있다.
기사를 접한 네티즌은 한국판 터미널, 정말 영화같네요”, 한국판 터미널, 기구한 사연” 등 여러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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