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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샤카 “한국 사회, 뚱뚱한 사람에게 관대하지 못하다”
입력 2015-02-12 21:57  | 수정 2015-02-13 09:35
/사진=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샤카(위)와 모델 김지양(아래)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기자]
우리나라 도처에서 창조와 창의를 부르짖지만, 도대체 그게 무어냐고 묻는다면 쉬이 답을 내놓는 사람이 없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추상적인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직역하면 창조적인 감독이란 뜻이다. 실제 역할은 패션 디자인과 인테리어, 광고, 홍보, 머천다이즈 등을 총괄하는 것. 어떤 직업보다도 추상적인 영역을 끄집어내 가시적인 결과물로 가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샤카(Chaka, 본명 김가영, 37)는 이에 관한 자신만의 철학이 분명하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곧 창조라고 그는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다. 즉, 사람과의 소통이다.
한국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다소 권위적인 직함으로 인식된다. 전문가 냄새가 짙게 배어있는 것 같아서다. ‘감독이 시키면 그에 따라야 한다는 위계 의식이 강하다. 개인의 생각이 묵살되고 천편일률적으로 변하게 된다.

샤카는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나를 동경하듯 바라본다. 이런 시각을 가진 건 한국뿐인 것 같다”며 소통이란 상대방이 어떤 성향인지, 혹은 어떤 성격인지 모든 걸 감안할 줄 알아야 비로소 이뤄진다. 상명하복이 아니다. 그 사람만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샤카의 생각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고(故) 우종완이다. 그는 국내 최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불리며 후배들에게 길을 제시했지만 지난 2012년 향년 46세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샤카는 그를 떠올리며 큰 성공을 거둔 분이신데 정말 안타깝다. 내가 이 직업 세계에서 12년을 버티면서 가장 배울 점이 많았던 분”이라며 회사 설립 후 대표가 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많다. 이 명칭을 외국에서는 쉽게 주지 않는다. 고인은 갖은 노력 끝에 그 자리를 쟁취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발전할 수 있었던 동력은 ‘배우라는 경험이었다. 샤카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걸었다. 인물을 분석하고, 분위기를 느끼고.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은 그때부터 자라났다. 사람을 직관적으로 느껴보려는 습관이 지금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샤카는 배우를 그만둘 때 고민이 많았지만 나의 선택이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결국 배우 때의 습관이 지금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나”라며 배우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단지 코디부터 스타일리스트를 거쳐 지금에 오기까지 나의 철학은 늘 확고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사람과 소통한다라는 것은 차별이나 선입견을 버린다는 것과도 상통한다. 이러한 샤카의 철학은 올 봄 ‘66100이라는 잡지를 통해 발현될 예정이다. 이 잡지는 플러스사이즈(날씬하지 않은) 모델이 전면에 선다. ‘66 사이즈와 ‘100 사이즈 이상을 입는 사람을 뜻한다.

▲ 유독 과시욕 돋보이는 곳이 패션계”
‘모델이라고 하면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늘씬한 허리, 긴 다리가 먼저 떠오른다. 여기에 ‘패셔너블(Fashionable)한 매력이 더해져야 한다. 하지만 플러스사이즈 패션지 ‘66100은 다르다. 웨딩화보 속 신부는 날씬해야 한다는 편견을 깬다.
이 잡지의 편집장 김지양(29) 씨는 국내 최초의 플러스사이즈 모델이다. 그가 전면에 나선 ‘66100 2015년 봄 호의 메인 코너를 샤카가 맡았다.
유독 과시욕이 돋보이는 곳이 패션계인 것 같아요. 어떤 아이템이 유행하면 우르르 몰려가고, 그럼 값이 비싸지고, 결국 돈 있는 자들의 사치품으로 변질되죠. 김지양 편집장은 달라요. 그와는 유행이나 편견 너머의 아름다움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요. 개인의 아름다움을 몰가치적으로 단정 지을 순 없는 거잖아요. 더 사람답게 접근하고 소통하면서, 자신만의 아름다운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66100은 계간지로 1년에 네 번 발행된다. 김 편집장은 우리나라 최로로 해외 런웨이에 선 플러스사이즈 모델이다. 외국에서는 오히려 작은 편이라고 한다. 결국 이 잡지가 말하고자 하는 건 편견에 대한 저항이다. 사진에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한 보정도 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술의 힘을 빌릴 수 없으니 포즈를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았죠. 각이 조금만 비틀어져도 사진이 엉망으로 나오거든요. 보통의 상황이라면 잘못 나온 부분을 보정하면 되겠지만요. 콘셉트나 기획 방향 등 모든 게 제 손을 거쳐야만 해요. 이것 자체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죠.”
샤카의 표정이 사뭇 진중해졌다. 무언가에 억눌려 온 듯한 ‘사상(思想)이 분출된 느낌이다. 그러나 늘 이상은 현실과 부딪치는 법. 그는 편견에 맞서는 울분을 토하며 뚱뚱한 사람은 게으를 것이라고? 그 입장이 돼보지 못한 사람들의 칼날 같은 폭력일 뿐”이라면서 김지양 편집장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자기관리에 철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엄한 잣대들이 ‘외모가 볼품없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을 향해 쏟아지면, 당사자들은 어떤 심정일까”라고 되뇌었다.

▲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창조는 노력의 산물!
창작엔 고통이 따른다. 매우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만큼 진리에 가까운 말도 없다. ‘표절이 지탄 받는 이유는 노력 없이 이득을 취하는 탓이다. 패션계, 가요계를 막론하고 전반적인 문화 분야에서 표절 논란은 심심찮게 있어 왔다.
샤카는 이를 두고 우주를 통틀어 베끼는 건 한국 사람이 최고”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표절에도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직업이죠. 그러다 보면 우연히 다른 창작물과 비슷한 결과물이 나올 수는 있어요. 이 세상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런 ‘우연 보다 비참한 건 어떻게든 ‘자기화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없다는 거죠. 문외한이 봐도 베낀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면, 너무 뻔뻔하지 않나요. 조금만 노력하고 신경 쓰면 다른 작품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거든요. 표절은 사람을 속이고 기만하는 짓이에요.”
표절 문제는 도덕성 외에도, 개성을 무시한다는 문제점을 야기한다고 샤카는 지적했다. 앞서 밝힌 ‘감독이라는 권위적인 직함과 맞물려 ‘몰개성은 더욱 심화된다. 아이디어를 빼앗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샤카도 이런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 감독의 말은 ‘신의 명령과 같아요. 거역할 수 없죠. 일전에 한 감독이 제 아이디어를 뺏은 적이 있어요. 처음엔 저와 스태프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죠. 돌연 사과 한 마디 없이 콘티를 바꾸는 거예요. 4일간 밤을 새서 만든 결과물인데요.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왔죠. 며칠 뒤 다시 현장에 가보니 제가 제안한 콘티대로 작업하고 있더란 말이죠. 하하하.”
그의 웃음은 실소(失笑)였다. 그 자리에서 항의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촬영 조건과 재정 여건이 나빠서 어쩔 수 없다”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온전한 ‘샤카가 되기 위해선 스스로 털어낼 수밖에 없었다. 구슬땀으로 빚어낸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무기로 삼아야 했다. 이를 위해 샤카는 어떤 노력을 할까. 그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쉼 없이 머리를 굴린다”고 털어놓았다.
저도 천재가 아니기에 단박에 아이디어를 낼 순 없어요. 일이 없을 때에도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머리를 쉬지 않아요. 책은 추리소설을 제외한 모든 장르를 읽는 편이고요. 영화도 즐겨 봐요. 그러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공책에 바로 적어둬야 하죠. 안 잊어버리도록 말예요. 공책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이건 대외비라서 숨겨둘게요.(웃음)”

▲ 해외로 안 나가는 이유? 애국심 때문”
해외에서 샤카를 향한 구애도 활발하다.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가 많다. 그럼에도 샤카는 모두 거절하고 한국에서의 현실과 부딪치고 있다. 힘들 때 그를 잡아준 게 현재 소속된 회사 티엠피(TMP)다. 10년 차 이상의 영상, 음향 전문가들이 모인 곳이다.
샤카는 가족 같은 분위기여서 애사심이 절로 넘쳐 난다. 무엇보다 업무에 있어 마음이 잘 맞다”며 나 같은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한국의 문화도 바뀌지 않겠나. 나 살 길이 있다고 외국으로 가버리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소신껏 이야기했다.
그는 이처럼 애국심이 강하다. ‘불통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는 투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 가지 희망은 최근 광고계에 사람을 주제로 한 휴머니즘 광고가 많아졌다는 것. 영화계에서 ‘부성애를 다룬 작품이 인기를 끈 게 예다.
인간적인 접근이 많아졌다는 점, 이게 한국에서 보이는 희망이에요. 제가 버티는 이유이기도 하죠. 한 명씩 한 명씩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책임감을 가진다면 점차 변하지 않을까요. 옛 것을 지키는 노력도 병행된다면 최상이겠죠. 가요계에서는 ‘촌스럽다고 놀리던 예전의 음악들이 ‘복고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잖아요. 한복의 경우도 얼마든 현대식으로 맞출 수 있고요. 과거가 있어야 현재가 있고, 미래도 존재하는 거죠.”
샤카는 이를 패션에 정답은 없다”라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과 맥이 닿는다. 최근 그를 감동케 한 인물이 한 명 있다. 가수 이정현이다.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서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에 반했다고 한다.
레이디가가 등 외국의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은 무대 배경, 콘셉트 등을 본인이 모두 작업해요. ‘나를 잘 아는 건 ‘나라는 말이죠. ‘무한도전을 보니 이정현 씨가 자기 무대를 직접 기획하더라고요. 심지어 머리에 꽂을 비녀도 나뭇가지를 구해다 직접 제작했고요. 이정현 씨에게 스타일리스트가 없어서 그랬을까요? 그런 책임감이 보기 좋았어요.”
창조, 사람, 소통, 책임감, 존엄성. 샤카가 품고 있는 가치들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자격을 지켜왔다. 그의 이름, ‘샤카는 어떤 뜻일까. 그의 직업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정작 물어보지 못한 ‘그 자신에 대한 유일한 질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샤카 칸이라는 사람이에요. 그 분의 음악을 들으며 ‘힐링 하곤 하죠. 그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많기도 하고요. 일종의 정신적인 모토라고 할까요. 등에 새겨놓은 타투도 ‘샤카라는 이름이죠. 팔에도 ‘진이라는 친구이름을 새겼어요. 함께 일하던 친구인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그 친구가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아요. ‘진과 함께 모든 일에 책임감을 갖고 ‘사람과 소통하는 아티스트의 경지에 이르러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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