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파벌에·감정에 `증도가자` 문화재 지정 또 수난
입력 2015-02-12 16:32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일까.
6년 전 세계 최고(最古) 금속 활자라는 주장이 제기된 '증도가자 (證道歌字)'가 국가 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고려시대 활자 진품이 맞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소 용역조사 결과 나왔으나 이마저도 증도가자 최초 발견자인 남권희 교수가 포함돼 있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위원회(위원장 박문열 청주대 교수)가 12일 증도가자의 문화재 지정절차 개시 여부를 논의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문화재위원 10여명이 이견 없이 지정절차 개시에 합의하고 학계의 논란이 수그러든다면 이르면 연말 '보물'로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증도가자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선 것이고 인쇄본이 아닌 활자라는 실물 가치까지 검증·확인된다면 국보 문화재라는 데 이견이 없다. 보물 지정 뒤 얼마든지 국보로 격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장자는 이미 2011년 문화재 지정(보물) 신청을 했다.
그러나 국가 문화재 지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윤순호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은 "학계 논란이 있더라도 조사절차를 시작하면서 문제를 정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문화재청 입장”이라며 "다만 지정 조사를 시작해도 결론은 곧바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런 논란이나 문제가 없다면 지정절차 개시에서 빠르면 6~7개월 안에 문화재 지정이 가능하지만 조금이라도 반론이 제기될 경우 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윤 과장은 "현실적으로 학계 일각에서 계속적인 반대가 있어 문화재로 지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도가자의 불투명한 출처와 입수 경위, 여기에 문화재계 고질적인 파벌까지 겹치며 논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화재 지정은 관행적으로 문화재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현재 문화재위원회 소속 분과위원들 임기가 오는 4월로 끝나기 때문에 다음 회기로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소장자인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대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격을 높이는 일인데 사사로운 감정으로 시간만 허비해서야 되겠냐”고 말했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증도가자 공개 초반에 실수와 오해가 있었지만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한 데이타가 나왔는데 이제는 부정할 수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향휘 기자 /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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