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수는 `궁극의 시인`…교회, 시 정신 멀어지면 타락해”
입력 2015-02-12 14:46 

"종교의 원천이 시(詩)입니다. 가장 오래된 경전으로 알려진 고대 인도의 '베다', 성경의 '시편'을 보면 신에 대한 찬가는 모두 시나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죠. 시와 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강원도 원주에서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목회자 겸 시인인 고진하(61)씨의 말이다.
최근 산문집 '시 읽어주는 예수'(비채)를 펴낸 그는 "예수도 자기 손으로 시를 쓰지는 않았지만 살아 있는 목소리로 사람을 치유·구원해주기에 '궁극의 시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호승 시인 역시 예수를 '시인 중의 시인'이라 말한 적이 있다."한 알의 겨자씨에서 천국을 본다”는 말에서 보듯 예수는 '은유와 이미지의 달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종교의 쇠퇴와 타락은 '시 정신'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그는 일갈했다.
"종교가 순수성과 존재의 깊이를 드러내는 시 언어와 멀어지면 현실을 변혁할 힘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제도화·교권화로 종교 언어도 종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경직된 언어로 전락했습니다.”
그는 예수를 생각하며 동서양 명시 30여편을 소개한다. 각각의 시마다 '해설'이 아닌 시인의 마음과 경험을 담은 에세이를 곁들였다. 윤동주의 '십자가' 마종기의 '눈오는 날의 미사', 다니카와 순타로의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타고르 '기탄잘리',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의'인생찬가' 등이 촉촉한 감성을 전한다. "너무 어렵고 난해한 것은 제외했어요. 누구나 읽어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시죠. 좋은 시는 예수처럼 사람을 치유하고 살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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