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김광현이 ‘좌투 부족’ 샌디에이고를 선택했다면?
입력 2015-02-12 06:47 
샌디에이고로부터 만족스런 제안을 듣지 못한 김광현은 SK로 복귀했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고 ‘만약 그랬다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의미 없는 일은 없다. 그러나 상상은 죄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김광현이 샌디에이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12일(한국시간) 제임스 쉴즈의 4+1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보장 금액 7500만 달러, 옵션 1600만 달러의 (구단 입장에서는) 대형 계약이다.
샌디에이고는 이번 시즌 쉴즈를 비롯해 맷 켐프, 윌 마이어스, 저스틴 업튼, 데릭 노리스, 브랜든 모로우 등을 영입하며 선수단을 대거 보강했다.
김광현도 그 명단에 포함될 뻔했다. 지난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한 그는 샌디에이고 구단과 단독 협상을 가졌지만, 마감 시한 내에 합의에 실패하며 소속팀 SK와이번스로 복귀했다.
돈이 문제였다. 시작부터 예상보다 적은 20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으로 삐걱거렸다. 협상 테이블 분위기는 더 차가웠다. 협상이 결렬된 이후 A.J. 프렐러 파드레스 단장은 선수가 요구하는 금액을 맞춰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CBS스포츠의 존 헤이먼은 파드레스가 2년 200만 달러의 계약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시각의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선수는 선발을 기대하고 미국 무대를 노크했지만, 구단은 그를 불펜 자원으로 평가했다. 금액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샌디에이고가 선발 진입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었다. 버드 블랙 감독은 지난해 12월 윈터미팅 자리에서 선발 진입을 원한다면 스프링캠프에서 기량을 다시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줄곧 선발로 뛰어 온 사실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난 지금, 샌디에이고는 선발 로테이션 구성을 완료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좌투수가 없다. 지난 시즌 유일한 좌완 선발이었던 에릭 스털츠와 결별하면서 우완 투수들만 남게 됐다.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FOX스포츠의 켄 로젠탈에 따르면, 이들은 좌완 콜 하멜스의 트레이드 영입을 위해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그러나 정상급 유망주를 원하는 필라델피아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결국 쉴즈로 선회했다.
샌디에이고 선발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좋은 선발진이다. 그러나 좌완 투수가 없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사진은 선발 투수 중 한 명인 이안 케네디의 역투 모습. 사진= MK스포츠 DB
그 결과 이들은 선발 로테이션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게 됐다. 시즌 개막 때는 이 약점이 잘 드러나지 않겠지만, 중반으로 가면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다.
로젠탈은 우완 천지인 로테이션과 수비력에 의문이 있는 외야수, 부실한 내야진 등을 요소로 들며 이들이 2013년 토론토, 2012년 마이애미, 2008년 디트로이트처럼 오프시즌의 승자가 되고도 시즌에 들어가서 패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 상황에서 선발 경험이 있는 좌완 투수는 대안으로 주목받기 마련이다. 김광현이 샌디에이고를 선택했다면, 그에게도 선발의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것은 그의 실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검증받았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썩 나쁜 기회는 아니었다. 김광현은 협상이 결렬됐을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좀 더 준비해 기회가 된다면 빅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어쩌면 기회는 이미 지나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greatnemo@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