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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이지영 “난 아직 중간, 조금씩 나아가겠다”
입력 2015-01-18 16:32  | 수정 2015-01-18 17:00
땀과 노력은 이지영을 배신하지 않았다. 사진(괌)=김원익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괌) 김원익 기자] 난 아직 포수로서 중간 밖에 안 된다. 내 부족함은 충분히 알고 있다. 팬들의 기대치에 조금씩 다가가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주전 포수 이지영(29)은 지난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지난해에 비해서 무려 6000만원이 오른 1억5000만원에 계약 도장을 찍었다.
최근 3년 동안 3000만원->6000만원->9000만원으로 조금씩 연봉이 오른데 이어 입단 7년 만에 드디어 억대 연봉 고지를 밟은 것이다.
2008년 신고 선수로 삼성에 입단할때까지만 해도 이지영은 요즘 표현으로 ‘미생의 선수였다. 제물포고와 경성대를 거치는 동안 노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2005년에는 야구 월드컵 대표로 뽑힐 만큼 유망한 선수였으나 프로의 벽은 높고 높았다. 이후 신고선수로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이후 드디어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억대 연봉자가 됐다.
많은 돈을 받는 선수가 된 것보다 그간의 과정들 때문에 더욱 감격적이었던 억대 연봉 진입이었다. 17일 삼성의 1차 전지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괌 레오팔레스 리조트 내 훈련장서 만난 이지영은 내게는 의미가 큰 연봉이다”라고 말문을 연 이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연습생으로 유니폼을 입고 이 연봉을 받는 자리까지 오게 돼서 더욱 특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난의 시간들이었다. 신고선수로 어렵게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으나 팀을 넘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대형포수인 진갑용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다. 포수로서의 기량도 눈에 띄게 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지영은 멈추지 않았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꾸준히 조금씩 발전해갔고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2009년 백업으로 1군 무대에 나선 이후 상무에서 병역을 수행하고 2012년부터 조금씩 기회를 늘려갔다. 2013년 113경기에 출전했고 2014년에는 99경기에 나서며 진갑용의 뒤를 잇는주전 포수로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
지난해는 타율 2할7푼8리를 기록하며 2013년 부진도 만회했다. 하지만 이지영은 포수 중에서는 나쁘지 않은 기록이지만 팀으로 보면 그리 특출난 기록도 아니다. 특히 2013년에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나아진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에도 ‘2013년보다 더 나은 시즌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지킨 것만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지영이다.

지난해 타율 2할7푼8리에 3홈런 37득점 32타점을 기록하며 하위타선에서 활약을 한 이지영은 골든글러브 후보에까지 올라 2번째로 많은 표도 받았다. 그럼에도 이지영은 나름대로의 역할은 한 것 같지만 팀으로 본다면 타격면에서는 내가 가장 마이너스였다”며 내년에는 공격면에서도 팀 성적에 맞춰서 도움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도루 저지율도 2013년 2할3푼9리에서 2할9푼1리로 끌어올렸다. 이지영은 아직 부족함이 많다. 3할은 안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개선해서 나아졌다는 점이 기쁘다”면서도 포수라면 3할 이상의 도루저지율이 기준이다. 올시즌에는 3할 그 이상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조금씩 포수로서 경험이 쌓이며 성장하고 있는 이지영이다. 삼성 선수단의 신뢰도 점점 쌓이고 있다. 이지영이 포수 마스크를 쓸 때 편안함을 느끼는 투수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지영은 우리 투수들은 모두 베테랑이고 최고의 투수들이다. 함께 이야기를 해서 내가 이끌어간다기 보다 그들이 가장 편안하게 투구할 수 있도록 나는 보조하는 역할”이라며 형들과 시즌을 치러가고 호흡을 맞추면서, 1년 또 1년 포수로 경험이 쌓이는 것들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 떨리는 마음은 없다”고 했다.
훈련을 너무나 많이 했던 대학시절 손바닥이 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고안한 테이핑을 하고 오늘도 이지영은 배팅 케이지에 섰다. 사진(괌)=김원익 기자
그럼에도 아직 스스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나는 아직 포수로 많이 올라와 있는 선수가 아니다. 포수로는 중간 정도에 있다”며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업그레이드 해나가고 싶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만큼은 정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며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본 이지영은 많은 분들에게 이제 이 노력을 인정받게 됐다는 것이 기쁘다. 아직 많이 멀었지만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조금은 이루게 된 것 같아서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젠 신고선수들이 희망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이지영은 정말 이렇게 운동하는게 기쁘고 감사하다. 이제는 다른 선수들이 지켜볼 수 있는 신고 선수들이 저를 보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게 열심히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삼성의 주전 포수. 특히 한국 야구사에 오래도록 기억 될 진갑용이라는 포수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때문에 그간 더 많은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지영은 비난이나 욕도 모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무관심 대신에 ‘이지영이라는 한 명의 선수에 대해서 보내 준 모든 관심들에 대해서 감사하다”며 아직 나는 부족하지만 진갑용 선배의 뒤를 따를 수 있는, 또 팬들의 그 기대치에 조금씩 다가설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말처럼 이지영을 야구에 비교하면 아직 완전히 살아있는 포수는 아니다. 주전 자리를 꿰찬 것도 이제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완생을 향해, 조금씩 치열하게 전진하는 그의 노력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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