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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동부건설 법정관리, 기관들은 일찌감치 알았다?
입력 2015-01-07 15:37 

[본 기사는 1월 5일(14:3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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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건설이 결국 법정관리로 가면서 회사채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가장 많은 채권을 인수한 산업은행과 동부화재, 동부생명 등 계열사들은 대규모 평가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연기금과 보험사를 포함해 채권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등 시장에서 투자를 진행하는 기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기관투자자 중에서 아직까지 동부건설 회사채를 보유중인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투자 기관들은 동부건설 법정관리를 예견한 듯 지난 2012년부터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았다. 동부건설이 지난 2012년부터 계속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은 수요예측에서 1억원도 투자하지 않았다.
실제로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회사채 시장에 기관 수요예측제도가 도입된 지난 2012년 4월 이후 동부건설은 8차례에 걸쳐 405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모든 수요예측을 통틀어 기관 청약금 1억원도 모으지 못했다.
수요예측은 회사채 발행시 공정한 발행금리가 적용되도록 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지난 2012년 4월 도입한 제도다. 기관들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청약을 신청한 금액만큼 인수할 수 있다. 발행금리는 청약 경쟁률에 따라 결정된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을수록 회사채 '사자' 수요가 많았다는 뜻이다. 경쟁이 높아질수록 발행금리는 낮아진다.
계속되는 수요예측 실패에도 동부건설이 회사채 발행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인수가 전제돼 있었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에서 기관에 팔리지 않은 물량은 산업은행과 계열회사인 동부증권이 대부분 인수했다.
대기업 계열사인데다, 산업은행이 주 채권은행으로 참여하고 있어 부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시장에서 채권을 사고파는 투자자들은 동부건설 회사채를 쉽게 건드리지 않았다.
동부건설 회사채 신용등급은 지난 2014년 5월까지도 BBB급을 유지하고 있어 하이일드채권펀드 등이 담을 수 있었지만 기관투자자들은 대부분 동부건설 회사채를 외면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건설업 전망이 좋지 않아 일부 우량 건설사를 제외하고는 회사채 투자심리는 최악이었다"며 "동부건설의 경우 특히 지난해 11월 산업은행이 대출금 형태로 지원했던 자금 회수에 나섰는데, 이 시점부터 구조조정 실패 가능성이 제기돼 기존에 채권을 보유했던 기관들도 이때 채권을 대부분 정리했다"고 전했다.
회사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회계법인도 어느 정도 동부건설 리스크(위험)을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까지는 안진회계법인이 회계감사인으로 참여해 동부건설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나 2014년 초부터 동부건설 감사인은 대주회계법인으로 변경됐다. 일반적으로 이른바 4대 회계법인(삼일 안진 삼정 한영)은 부실이 심각해진 회사 감사업무는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회사가 극도로 어려워지면 경영진이 분식회계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고, 회사가 부도까지 가는 경우 분식회계를 잡아내지 못한 회계법인 책임이 꽤 무겁기 때문이다. 감사 보수가 아쉽기는 하지만 안전을 택하는 회계법인 특유의 보수적인 경영전략 중 하나다.
금융당국도 동부건설 상황이 쉽지 않다고 보고 회사채를 발행할 때마다 동부건설이 제출한 회사채 설명서(증권신고서)에 투자위험을 더 자세히 기술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2월 동부건설은 43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투자위험 추가로 기술한 정정 보고서를 냈다.
동부건설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수익으로 채권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동부익스프레스 동부발전당진 등 보유자산을 매각해 차입금 규모를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동부건설은 "동부발전당진지분을 전량 매각한다면 시공지분이 줄어들거나, 최악의 경우 당사가 건설 공사를 시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동부발전당진 지분 매각 이후 매출액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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