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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가족은 나의 힘, 상금왕 후 일본 진출”
입력 2015-01-07 07:28 
올해 KLPGA 투어 상금왕을 노리고 있는 이승현. 사진=곽혜미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유서근 기자] 이제야 골프를 조금씩 알 것 같다. 너무 재밌고 즐겁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퍼귀(퍼팅귀신)로 통하는 이승현(24.NH투자증권)의 말이다.
KLPGA 투어 통산 3승을 기록 중인 이승현은 주요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LPGA) 투어로 대거 빠진 상황에서 올해 KLPGA 투어를 이끌 주역 중 하나로 손꼽히는 강자다.
2010년 KLPGA 투어에 입문한 이승현은 2011년 러시앤캐시 채리티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신고했다. 2년 뒤인 2013년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는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과의 맞대결에서 2타차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쾌거를 이뤄낸 바 있다.
을미년(乙未年)인 올해 양띠인 이승현은 자신의 해를 맞아 생애 첫 상금왕을 노리고 있다.
이달 말 베트남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장기인 퍼팅 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숏 게임과 부상 방지를 위한 체력 훈련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승현. 지난 6일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그의 매니지먼트사인 IB월드와이드 사무실에서 만났다.

너무 이른 우승, 서투른 욕심에 찾아온 시련
지난해 5월초 이승현은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통산 3승째를 챙겼다. 그것도 불시에 찾아온 복통으로 인해 응급실을 찾은 것은 물론 1라운드 이후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와중에도 2타차로 시즌 첫 승을 거두는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승현이 이 대회 이후 뜻하지 않은 부진에 빠졌다. 욕심이 문제였다.
시즌 초반 우승으로 상금왕 욕심이 났다. 과욕은 부상을 불러왔고 결국 부진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1승을 거둔 이승현은 이후 톱10에 3번 밖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반면 6번의 컷탈락과 한 차례 기권으로 상금랭킹 21위(2억161만원)에 그쳤다. 신중하고 기복 없는 플레이가 장점인 이승현에게는 충격이었다.
부진을 거듭할수록 마음만 급해졌고, 연습에만 매달린 결과 체력이 점점 더 고갈돼 갔다. 이때 ‘골프는 욕심을 부려서는 절대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지난해 잘못된 생각으로 얻은 게 많다. 이제야 골프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훌훌 털어낸 시련, 생애 첫 상금왕 도전
깊은 시련을 겪은 후 안정을 찾은 이승현의 올해 목표는 생애 첫 상금왕이다. 욕심을 버렸지만 목표로 삼은 상금왕에 대한 욕심만큼은 버릴 수가 없었다. 올해는 반드시 상금왕을 차지하고 싶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달 말 베트남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장기인 퍼팅과 숏 게임 능력을 강화시키는 등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을 계획이다.
KLPGA 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뒤 일본 진출을 노리는 이승현. 사진=곽혜미 기자
‘퍼귀로 불리며 세계가 인정하는 퍼트 달인인 박인비와의 퍼트 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뒀던 이승현에게 퍼팅 비결을 묻자 ‘즐겨야 된다는 답을 내놨다. 어릴 때부터 특히 퍼팅이 재미있었다”며 퍼팅 자체를 즐긴다는 그는 특별한 비결은 없다. 꾸준한 연습만이 퍼팅을 잘할 수 있는 비결이다”고 강조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한 퍼팅 연습방법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긴 막대기 두 개를 퍼터 헤드가 지나갈 만큼 간격을 벌려 놓은 상태에서 흔들리지 않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연습을 하면 퍼팅 스트로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생애 첫 상금왕을 노리는 이승현은 강력한 경쟁자로 동갑내기인 이정민(24.비씨카드)을 꼽았다.
(이)정민이는 엄청난 장타력에 날카로운 아이언 샷까지 겸비했다. 여기에 퍼트감이 살아나고 있어 가장 무서운 상대다”면서도 하지만 이에 맞서 좋은 퍼트감으로 무장한 만큼 충분히 겨뤄볼 만 하다”고 말했다.

가족은 나의 힘, 점점 살아나는 골프의 재미
시즌 중에는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아 다녀야 하는 프로골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승현에게 큰 힘을 주는 것은 가족이다.
자신이 프로골퍼라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는 평소 잘 모이지 못하는 가족들이 나를 응원하기 위해 대회장으로 모이곤 한다”면서도 하지만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는 대회장에 오시지 못하고 중계를 통해 보시곤 전화로 응원해 주신다. 나에겐 절대적인 팬이자 항상 큰 힘을 된다. 하루빨리 건강이 좋아지셔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직접 보셨으면 좋겠다”며 건강이 좋지 않으신 할머니를 걱정했다.
국가상비군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 골프가 지긋지긋할 법도 하지만 이승현은 요즘 들어 골프의 재미에 푹 빠져 산다고 말한다.
을미년(乙未年)인 올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고 밝힌 양띠 골퍼 이승현. 사진=곽혜미 기자
솔직히 주니어 때 만해도 골프가 싫어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그러나 프로가 되면서 어릴 때 느끼지 못했던 골프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며 선수 생활을 최대한 오래 동안 이어가고 싶다. 이를 위해 꾸준하게 체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상금왕 타이틀을 획득한 뒤 해외 진출을 목표로 삼은 이승현은 시련이 날 더 강하게 만들어줬다”면서 올해는 3승 이상을 거둬 상금왕을 차지한 뒤 일본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yoo6120@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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