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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마지막 각오 굳힌 KT 조중근 “늘어난 경쟁자? 붙어봐야죠”
입력 2015-01-04 06:37 
2015년, 조중근의 야구는 다시 시작된다. 사진=강윤지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저를 왜요?” 인터뷰 요청에 의아해하며 인터뷰를 시작한 조중근은 이내 트레이드 마크인 미소를 띠며 모든 질문에 성의껏 답하고 만다. 야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KT 위즈 내야수 조중근(33)에게는 만면에서 행복이 묻어나온다.
조중근은 지난 2001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뒤 2007년 현대 유니콘스로 트레이드 되어 2013시즌까지 넥센 소속으로 경기에 나섰다. 2011시즌, 데뷔 후 가장 타격감이 좋았던 시즌에는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빛을 본 날이 그리 많지 않았다. 조중근은 2015년 KT에서 다시 빛을 밝게 밝힐 각오로 매일같이 야구장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KT에서의 첫 해,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조중근은 2014년 2월, 넥센과의 새 시즌 계약까지 마친 상태에서 KT로 트레이드 형식으로 팀을 옮겼다. 내가 그런 요청은 분명 했었고, 처음에는 구단에서 안 된다고 해서 계약까지 다 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트레이드가 돼서 KT로 오게 됐다. 내 의견이 반영됐고, 그래서 잘 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KT행을 두고 사람들은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기회를 얻었다기보다는 다시 한 번 기회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단다. 넥센에 있을 때는 아무래도 박병호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1루수가 있으니 내가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새로운 팀을 찾은 조중근에게 지난 시즌은 올 시즌의 1군 진입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성적에 연연해 하기보다는 자신의 야구를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을 차근히 밟아갔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어차피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1군에서 할 수 있게끔 착실히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성적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크게 신경은 쓰고 있지는 않다”고 말한다.
대신 자신보다 한참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한 시즌을 보내면서 배운 게 참 많다. 조중근은 다른 각도에서 야구를 보게 되더라. 이전 팀에서는 2군에 있으면 빨리 몸을 만들어서 1군에 올라가려고 그것만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훈련했었는데 여기 있으니까 그런 부담감 없이 되게 넓게, 야구 외적으로도 보게 됐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까지 같이 보면서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배웠다”고 2014시즌 몸소 느꼈던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본격적인 경쟁은 올해부터다. 올 시즌에는 1군에서의 주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선수들과의 팀 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조중근은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에 대해서 노하우나 이런 것들은 자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체력적으로는 많이, 아니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하는데 또 크게 문제될 건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또 특별지명 등으로 영입된 선수들과의 경쟁에도 자신감을 보인다. 경쟁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하니까, 뭐가 됐든 간에 붙어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나도 해온 것들이 있고 하니까, 이기든 지든 해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조중근은 긍정의 자세로 경쟁에 임할 각오다. 새로 오신 분들도 대한민국 최고는 아니지 않느냐. 스나이퍼(장성호)도 있지만, 붙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것 아닌가. 내가 더 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중근이 보는 KT 위즈
조중근은 지난 1년 동안 주장 신명철(37), 황덕균(32)과 함께 고참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베테랑 선수들의 노력에 힘입어 KT는 분위기만큼은 당장 어느 구단과 겨뤄도 손색없을 정도다. 조중근은 팀 분위기는 정말 좋다”며 말 안 듣는 애들은 많은데 이름을 다 말할 수는 없다”고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그는 또 어린 선수들이 다 착하다. 다들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쉽게 대하지는 못하는데 내가 애들을 쉽게 대하고 먼저 장난을 치며 들러붙는다”며 신생팀 KT의 분위기를 전했다.
앞에서 끌어줄 베테랑 선수들이 많이 없어 조중근이 느낀 부담도 상당했을 터. 조중근은 아무래도 고참들이 없고 고참 앞에서 이끄는 선배들도 없는, 어린 선수 위주의 어린 팀이니까 어떻게 보면 명철이형, 덕균이까지 이렇게 셋이서 이끌어 가야 했다. 내가 막상 중심이 되어 끌고 가려니까 솔직히 많이 힘들더라. 하지만 1년 동안 내내 퓨처스리그에서 젊은 친구들과 같이 지내고 보니까 배우고 느낀 게 많아 좋았다”고 다시 웃는다.
베테랑 선수들이 많이 영입되면서 이런 부담은 좀 덜게 되지 않았을까. 조중근은 부담을 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기존에 내가 해오던 일이니까 계속 하게 되지 않을까”라며 자신의 역할에 책임감을 느꼈다.

▲야구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한 남자
조중근은 남은 자신의 야구 인생을 2~3년 정도로 보고 있다. 더 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이 상태로 머문다고 생각하면 2년? 길어야 3년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는 이상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스스로 됐다고 생각할 때 그만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더 길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 상태에서 계속 나이 먹을 때까지 하는 것보단 차라리 2~3년 후에 안 되면... 이번에 (현)재윤이형이 본인 스스로 은퇴를 하지 않았나. 나도 해보고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하게 될 것 같다.”
아름다운 마지막을 만들기 위해 달려가는 조중근의 올 시즌 목표는 확실한 ‘내 자리를 찾는 것. 그는 목표야 항상 야구 시작해서부터 지금까지 똑같다. 1군에서 많은 경기를 하고 확실한 내 자리를 찾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 어려움을 버텨낸 덕분에 그는 비로소 오늘날 행복하게 야구를 하고 있는 자신과 마주하게 됐다. 마음은 많이 비워놓은 상태인데 그렇다고 다 내려놓은 건 아니다. 예전에 좋았던 시기에 교통사고가 나면서 너무나 큰 아픔을 겪었기에 지금은 그냥 내가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행복한 남자 조중근의 야구 인생, 그 새로운 막이 이제 다시 오른다.
[chqkqk@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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