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李기자의 소비자 이기자] 소멸시효 지난 채권, 강제집행 독촉하면?
입력 2014-12-09 11:34 
#A씨는 1997년 사업상 어음 보증을 섰다가 5억원의 채무를 지게 됐다. 이 채무는 몇 차례의 시효중단을 거쳤다가 2004년 10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

그런데 대부업체 B사가 이 채권을 헐값에 사들이면서 문제가 생겼다. B사는 A씨에게 빚을 회수하기 위해 강제집행을 신청했다”며 집에 찾아가 열쇠공을 대동해 강제로 문을 열고 집행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여러 차례 보냈다. 실제로는 강제집행을 개시할 수도 없고 개시한 적도 없는 상태에서 보낸 ‘거짓말이었다.

이런 B사의 빚 독촉에 시달리던 A씨는 대부업체가 끊임없이 변제를 요구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정상적인 생활도 할 수 없다”며 위자료 2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B사는 수만 건의 채권을 관리하던 도중에 소멸시효가 완성된 줄 모르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항변했다.


위 사례는 소멸시효제도에 따른 자연채무에 대한 독촉 행위 여부가 적법한지 여부를 가린 건이다.

소멸시효제도에 따르면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기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않는 경우, 그 권리는 소멸되며 채무자의 채무는 ‘자연채무가 되는 것을 말한다. 자연채무는 채무자가 스스로 변제하지 않는 한 이행을 강제하지 못하는 채무를 말한다.

즉,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위 사례처럼 대부업체가 이미 시효가 지나 소멸한 채권의 변제를 요구하며 법적인 절차에 돌입할 것처럼 겁을 주는 것은 위법 행위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채무가 이미 소멸시효 기간의 경과로 소멸했는데도 B사는 A씨에게 채권추심을 위한 법적인 절차가 진행되는 것처럼 거짓으로 표시한 문서를 보냈다”고 전제한 후 대부업을 하는 B사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텐데도, 반복적으로 채권 추심 의사를 A에게 표시한 것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B사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이행 최고 및 강제집행 예고로 인해 A가 받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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