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베끼기 펀드', 외국사만 배불려
입력 2007-04-30 08:02  | 수정 2007-04-30 10:57
'미러 펀드'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외국에서 성공한 펀드를 국내에 그대로 들여와 판매하는 상품을 말하는데, 이로 인해 국내 자산운용사가 외국계 회사에 주는 돈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 챙기는 사람은 따로 있는 우리 펀드시장의 문제점, 윤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 약관입니다.

약관을 살펴보면 판매사가 전체 수수료 2.7%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가져가고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몫은 1%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가 실제로 취하는 이익은 0.5% 수준도 채 되지 않습니다.

협력관계에 있는 외국계 펀드사와 위탁 계약을 맺고 있어 수익의 절반이상을 떼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 W 자산운용사 관계자 - "5대5로 하는데요...낮춰지는거죠. 다른데는 계열관계가 아니라든지 관계가 그동안에 없었으면 3대7, 4대6 이렇게 가져가는 거죠.."

대부분의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이렇게 외국협력사에 수익의 상당부분을 '헌납'하면서도 이러한 펀드 상품을 선호합니다.


이른바 '검증된' 미러펀드, 즉 외국펀드사가 개발한 상품을 그대로 국내에 들여와 위험부담 없이 수익을 올리겠다는 계산입니다.

실제로 푸르덴셜자산운용의 10개 해외펀드가 모두 위탁계약 상품이고, 농협CA투자신탁운용 상품 3개와 KB자산운용의 직접투자 상품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많게는 수익의 70%까지 내주며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비대해진 펀드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인터뷰 : 허진영 / 제로인 펀드평가사 과장 - "국내 토종 운용사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해외운용사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해외 현지에 네트워크를 가져가거나 투자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베낀 상품'만을 취급해서는 외국협력사들의 펀드 개발 방식과 운용 비법을 배울 길이 없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국제경쟁력이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쓴소리가 나옵니다.

인터뷰 : 김용태 / 유리자산운용 해외투자팀장 - "결국 우리가 외국계 펀드를 들여온다는 것은 뭔가를 배울려고 하고 그들의 선진기법을 배울려고 하는 건데 현재는 단순한 카피본일 뿐이지 거기서 어떤 제도적으로 우리 펀드 매니저들이 배우고 습득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들의 선진 금융기법을 배우는 모습은 좀 없지 않나.."

우리나라 해외펀드 시장 규모는 현재 46조 원. 이 가운데 국내 운용사의 해외투자펀드는 32조 원에 이릅니다.

해외투자펀드 비과세 논의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 해외투자펀드 시장 규모는 더 커지는 추세입니다.

윤호진 / 기자 - "어느새 훌쩍 커버린 국내 해외펀드시장. 이제 우리 금융업계도 그 규모에 걸맞는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mbn뉴스 윤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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