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시콜콜` 금융사 검사 50% 줄인다
입력 2014-09-23 17:26  | 수정 2014-09-23 19:27
금융감독원이 정기적인 종합검사를 절반 이상 대폭 줄이는 한편 중대ㆍ취약 사안 중심의 현장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부담을 줄여 보신주의를 타파하고 검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좋은 취지와 달리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금융사 '약점'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경영에 개입할 여지가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권인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23일 '검사 제재 업무 및 일하는 방식 전면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수의 금융소비자 권익과 직결되는 사안 중심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금융회사의 경영상 취약점을 제시해 자체적으로 개선토록 유도하는 '컨설팅' 방식의 검사를 대폭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2~3년 주기로 연평균 약 45회에 걸쳐 진행해오던 종합검사를 취약회사 중심으로 연 20회가량 줄이는 한편 현장ㆍ컨설팅 방식의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 부실 여신에 대한 책임 규명은 금융회사에 일임하는 한편 금감원은 50억원 이상 중대ㆍ거액 부실 여신 중심 검사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위규 사항은 금융사에 통보해 자체 시정토록 하고, 경미한 위반 사항은 제재하지 않고 현장에서 즉시 시정 조치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금융권의 검사 부담을 줄이고 자율 시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금융권의 시선은 싸늘하다. '중대 사안' '취약 요인'에 대한 금감원의 자의적인 판단과 개입이 오히려 잦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며 "잘못 찍혔다가 컨설팅 명목의 현장검사가 늘어나면 금융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부원장보는 "민원이나 분쟁조정, 사전예방 금융감독시스템을 통해 수집한 상시 정보를 기반으로 검사를 나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혁신 방안에서 본질적인 제재절차 개편 방안은 빠졌다. 대심제도, 사전협의회를 통해 제재 대상 금융회사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당연한 얘기만 포함됐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의 자료 제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시 요구 자료 총량제를 도입해 연평균 20% 이상 늘어나는 수시 자료 요구를 내년부터 전년 요구 수준에서 동결하고, 이후 3년간 매년 10%씩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당국 보신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 유권해석 회피 관행도 타파하기로 했다. 법규 관련 반복적 질의ㆍ답변자료(FAQ) 전용 사이트를 개설하고, 부서 내 전담 변호사를 지정해 신속한 답변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내 금융소비자들이 금융회사보다 금융감독기관을 더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금융신뢰지수가 89.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신뢰지수는 금융 관련 9개 항목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지수화한 수치다. 100 이상이면 긍정적 답변이 많고, 100 이하면 부정적 답변이 많다는 의미다.
영역별로는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신뢰지수'가 61.3으로 9개 항목 중 가장 낮았다. "감독기관이 금융사에 대한 감독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세부 질문에도 응답자의 62%가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배미정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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