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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슬로우비디오’ 차태현, 울릴까 웃길까
입력 2014-09-23 10:57  | 수정 2014-09-29 20:2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귀신들의 정체를 알고 눈물이 터져버린 상만(차태현)을 보고 관객은 울고 짰다. 김영탁 감독의 영화 ‘헬로우 고스트(2010)는 반전과 감동, 눈물, 웃음이 가득했다. 김 감독은 다시 한번 차태현과 의기투합 감동을 전한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전은 약하다. 전작의 반전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법도 하다. 하지만 웃음과 감동은 전작 못지 않다. 동체 시력(움직이는 물체의 판단 능력)이 발달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재기발랄하게 극을 풀어가는 감독의 솜씨는 칭찬할 만하다. 차태현은 시종 선글라스를 껴 팬들을 아쉽게 할 법도 하지만, 그가 가진 매력을 온전히 전한다. 표정은 알 수 없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레이션으로 관객의 만족도를 높인다. 때론 웃음을 주고, 깊은 생각도 하게 만든다.
찰나의 순간까지 볼 수 있는 남자 여장부(차태현). 남들은 볼 수 없는 상황들이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여장부의 눈에는 보인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도 그에게는 느린 화면이다. 야구공을 빠르게 던져도, 숟가락에 숫자를 써 던져도 백발백중 다 잡고 맞춘다. 뛰어난 포착 능력을 인정받아 CCTV 관제센터의 에이스로 떠오르게 된 후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웃음과 감동을 적절하게 버무렸다.
동체 시력이 발달한 게 좋은 점일 수도 있지만 안 좋을 수도 있다. 어린 시절 그 능력을 알게 된 장부는 선글라스를 끼고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또래 친구들에게 괴롭힘당한다. 좋아하는 여자까지 결국 그를 떠난다. 집에서 TV 드라마만 보며 삶을 살아가는 남자는 세상의 진짜 이야기를 보기 위해, CCTV 관제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수백 개의 드라마를 동시에 보는 장부는 그 CCTV 속 주인공인 사람들이 궁금하다. 혼자 외롭게 야구하는 버스 운전사, 이른 아침부터 폐지 등을 손수레에 주워담는 어린 소년 등을 화면으로 마주한다. 그러다 과거 어린 시절 좋아했던 여자도 찾게 된다. 그러곤 로맨스의 시작일까. 사실 그가 관제센터에서 일하는 목적은 또 있었다. 눈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택한 최후의 수단이었던 것. 그 이유가 밝혀지고, 또 남녀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영화는 감동과 눈물을 잇게 한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는 인위적인 눈물을 쏟아내게 하진 않는다. 적어도 한 번쯤 자신도 모르게 그렁하게 맺히는 이슬을 확인할 수 있다.

장부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봉수미 역의 남상미는 털털한 모습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전한다. 샴푸를 방금하고 나온 머리에, 미친 듯 춤을 추고 노래하는 그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장부에게는 어린 시절 어여쁜 모습 그대로다. 꽤 많은 관객에게도 이 여배우의 매력이 전달되지 않을까.
사채에 시달리는 수미를 도와주는 장부. 두 사람은 장부가 좋아하는, 멜로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이 된다. 후반부, 울컥한 장면도 만들어진다.
어린 시절 시력 진찰을 받으러 간 병원 의사(고창석)가 부모에게 공이 눈에 다 보이니 야구선수 시키시라”는 말이나, 관제센터의 선배 병수(오달수) 등은 웃음을 주는 역할이다. 물론 이들이 주는 감동의 순간도 있다. 감동과 웃음의 적절한 안배가 관객의 관심을 높일 만하다.
관제센터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소재와 상황이 소름 돋을 수도 있지만,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장부의 노력은 비판적인 시각을 상쇄시킨다. 밝고 경쾌하게, 또 만화처럼 화면을 구성한 감독의 노력 덕이기도 하다. CCTV 속 인물들이 장부의 측근이 되어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멋진 영화 여행을 떠나게 한다. 106분. 12세관람가. 10월2일 개봉.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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