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강의실에서 만나는 등산 '윤치술의 힐링 산행'
입력 2014-09-17 18:31  | 수정 2014-09-17 18:46
"조선 정조 10년인 1786년, 프랑스 알프스에서 미셀 가브리엘 파카르와 쟈크 발머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몽블랑(4,807m) 등정에 성공합니다. 현대적 의미의 등산(登山)이 태동하는 순간입니다. 양을 치거나 옆 마을로 가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 산을 오르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는 스포츠가 탄생한 겁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8월 19일.
서울 수유리의 한 아웃도어 문화센터에 150여 명의 등산객들이 가득 들어찼다.
강연자는 안전 산행의 전도사,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 교장.



이날 공개강좌는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 진행됐는데 150명 씩 모두 300명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뤘다.
산이 아닌 강의실에서의 등산 강좌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한데, 강연을 듣는 청중들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줄은 몰랐습니다. 등산 인구가 500만 명에 달할 만큼 저변은 확대됐지만, 올바른 산행 방법과 문화에 대해선 불모지나 다름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무작정 산을 오르기보다 제대로 산을 배우고 찾아야겠다는 지적 욕구가 움트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윤 교장은 전문 등반가의 산과 일반인의 산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산을 대하는 마음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산악문화는 암벽과 빙벽, 고산등반 등 경기 위주의 교육이 주를 이뤘고, 대부분의 산악 지도자들이 그 내용을 일반인에게 똑같이 적용했기 때문에 취미로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외면당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사점(死點. Dead Point)인데 이를 서초동의 순이 엄마나 불광동의 똘이 아빠에게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진짜 위험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리지 않을까요?"

강의는 먼저 바른 보행과 적정체온 유지, 에너지 공급 등 산행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을 어떻게 대비하고 극복하느냐 하는 기술적인 부분이 다뤄졌다.
이어 산을 통해 얻게 되는 힐링과 세라피 등 생소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쌈을 하는 산이 아닌, 요즘 유행하는 말로 썸을 타는 산행을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산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우리를 치료해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또 우리 민족과 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의 국가(國歌)에도 산이 나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만이 유일합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윤 교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입산'.
오르는 행위에 중점을 두는 것이 '등산'이라면, 산에 접어드는 자체를 즐기고 의미를 부여하는 '입산(入山)'의 개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연을 들은 한기원(60세 주부)씨도 산을 새롭게 보는 눈이 생겼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등산을 취미생활로 한 지 15년이나 됐지만 지식이 없었어요. 모든 것이 늘 궁금했죠.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삶에서 산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 나서다 보니 효율적인 걸음이나 스틱사용법 등 테크닉이 필요했어요. 오늘 강의를 통해 산과 자연이 제게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조만간 히말라야 트레킹이 목표라는 이용우(28세 회사원)씨도 이번 강좌를 통해 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제 버킷리스트에 안나푸르나 트레킹이 있는데 설렘과 더불어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거든요. 직접 강의를 듣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아울러 도전과 극복으로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 입산의 개념을 내 삶에 어떻게 대입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강의 내용을 우리 또래의 젊은이들과 공유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도 들고요."

▶무료 공개강좌 안내

'궁극의 등산스틱 사용법, 윤치술의 마더스틱워킹'을 주제로 한 9월 공개강좌는 9월 22일(월) 오후 7시에 수유역 노스페이스 대강당에서 열린다.
신청 : 한국트레킹학교 홈페이지(www.kts2009.com)

이정석 여행전문기자 [ljs7302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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