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시태권도협회 선수선발 승부조작·운영비리 적발
입력 2014-09-15 15:44 

지난해 5월 28일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태권도 핀급 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아들의 시합을 지켜보던 아버지 전 모씨는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5:1로 이기고 있던 아들은 경기 종료 50초 전부터 심판 최 모씨(47)로부터 경고를 내리 6번이나 받자 크게 흔들렸고 결국 7:8로 역전패당했다. 인천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전씨는 인천 지역 심판이던 최씨가 유독 편파판정을 심하게 내린다고 여겨 아들을 서울로 유학보낸 터였다. 그런데 서울시 선발전에서 다시 만난 최씨가 아들의 경기를 또 망쳐놓은 것이다. 억장이 무너진 전씨는 며칠 뒤 "인천에서 벗어나면 될 줄 알았는데 또 만나다니"라며 최씨를 원망하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전씨는 이때까지도 최씨가 단순한 하수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전씨의 자살을 계기로 해당 경기에 대해 수사한 결과 서울시 태권도협회 사무국장이 연루된 조직적인 승부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상대 선수 아버지인 J대학 태권도 학과 교수 최 모씨(48)가 중.고교.대학 후배인 D중학교 태권도 감독 송 모씨(45)에게 "아들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입상 실적을 만들어달라"고 청탁하면서 승부조작이 시작됐다. 청탁은 송씨에서 서울시 태권도협회 김 모 전무(45)로 이어졌고 김 전무의 승부 조작 지시는 협회 기술 심의회 의장, 심판위원장, 심판 부위원장을 거쳐 문제의 심판에게 전달됐다.
조사 결과 이런 승부조작을 태권도 계에서는 '오다'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다는 태권도 시합에 전자호구제가 도입된 이후 심판이 경기하는 선수에게 경고를 주는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철저히 점조직 방식으로 진행되는 오다는 전달하는 인원들도 윗선의 누가 지시한지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승부조작을 주도한 협회 전무 김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심판 최씨 등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아울러 경찰은 협회가 2009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허위로 활동보고서를 만드는 수법으로 임원 40여명에게 협회비 11억원을 부당지급한 혐의(업무상 배임) 등으로 전 협회장 임 모씨(61) 등 11명을 입건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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