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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뷰] 유럽發 유동성 장세에 주목
입력 2014-09-02 17:20  | 수정 2014-09-02 19:14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중순부터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규모가 얼마인가를 놓고 시장의 저울질이 시작됐다.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ㆍTargeted Longer Term Refinancing Operation)이라고 불리는 장기 저리대출을 통해 돈을 풀기로 했다. 은행이 민간대출을 늘린다는 조건하에서 ECB가 0.25%의 낮은 고정금리로 대출해주는 정책이다. 은행이 신청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총 4000억유로다. ECB는 2016년까지 1조유로(1조3000억달러) 대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 금리 역시 ECB가 기준금리를 바꾸면 변할 수 있다. 유럽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ECB가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현실화될 경우 은행들의 조달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더 커져서 대출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경기부양을 위해 ECB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정책은 유럽식 양적완화 정책이라 할 수 있는 ABS 매입 정책이다. 은행이 대출을 늘리면 그만큼 위험자산이 많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ECB는 시중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과 자동차할부 대출 등을 묶어서 채권으로 만들면 사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 은행들은 대출자산을 위험이 낮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시중은행은 창구 역할을 하고, 중앙은행이 중소기업 대출과 자동차할부금융에 나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정책을 통해 얼마의 돈이 풀릴 것인지보다는 정책의 근본적인 취지에 주목해 보자. 중앙은행이 나서서 대출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가계, 기업, 정부는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을 최선의 목표처럼 인식하게 됐다. 그런데 이제 중앙은행이 나서서 다시 부채를 늘리자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일본은 시중에 돌지 않는 소위 '시쳇돈'을 늘리는 정책을 주도해 왔는데, 유럽이 시쳇돈을 활동성이 강한 돈으로 만드는 데 발 벗고 나선 모습이다. 지난해 유럽은 재정긴축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부채 축소 노력을 3년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 금융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염려가 오랜 기간 시장을 지배해왔다. 이제 유럽이 나서서 대출을 확대해 풍부한 유동성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고 있다. 금융시장 과열에 대한 염려 목소리도 있지만 적어도 확장정책이 작용하고 있는 동안에는 유동성 장세가 연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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