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전진하라" vs "회군하라", 기로에 선 박영선
입력 2014-09-02 11:26  | 수정 2014-09-02 17:04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입문 이후 아마 요즘처럼 힘든 적은 없었을 겁니다.

7.30 재보궐 선거 패배후 구원투수로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계파를 초월한 박영선 위원장이 무난히 당을 수습할 것으로 봤습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8월4일)
- "제가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이 일을 하겠다 그렇게 말씀을 드렸고 우리가 무당무사의 정신으로 임해야 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박 위원장은 그 능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습니다.

지난달 9일 강경한 새누리당과 극적으로 합의할 때까만 하더라도 박 원내대표의 앞길은 순탄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내 유족과 당의 반발이 뒤따랐고, 박 원내대표는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8월9일)
- "제 말씀 들은 다음에. 기회를 주세요. 제 얘기를 들으세요."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8월9일)
- "지금 하신 말씀은 야당에 대한 협박입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8월11일)
- "큰 틀에서 합의는 이뤘지만, 세부적 부분에선 이견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실무협상 완전 타결 위해 최선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협상은 완전히 끝난 게 아니죠."

합의를 했지만, 완전히 협상이 끝난 게 아니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열린 2차 합의, 박 원내대표는 이번에는 정말 자신있어 보였습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8월19일)
- "안 들려요. 하하하…. 내가 읽을게 큰소리로. 하하하…."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8월19일)
- "특별검사 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 중에 국회에서 추천하는 4명 중 여당 2인의 경우에 야당과 세월호 사건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아서 선정하여야 한다."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8월19일)
- "원내대표인 저의 결단과 결심과 책임과 권한으로 정말로 야당과 유가족의 특별검사 추천권에 양보를 했다는 말씀을 올리고요."

하지만 그 기대가 산산조각이 나는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세월호 유가족 가족대책위원회 (8월19일)
- "세월호 유가족은 재협상을 요구한다! 요구한다! 요구한다! 요구한다!"

▶ 인터뷰 : 세월호 유족 / (8월20일)
-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여야 협상 자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어제 했던 내용도 똑같습니다. 반대합니다."

2차 합의안 역시 당과 유족의 거센 저항을 받자 박영선 원내대표는 고육지책 속에 여야와 유족이 만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8월24일)
- "이제는 여당이 3자 협의체 구성 방안을 받아들여야 할 시점입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받지 않았습니다.

야당의 원내대표가 두 번이나 합의한 사항을 지키지도 않고, 또 다시 새로운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높았습니다.

급기야 여권은 야당을 제쳐놓고 직접 유족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 인터뷰 : 김병권 / 세월호 가족 대책위원장(8월25일)
- "김재원 수석, 그리고 정책위의장 이 양반들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앉으세요.) 유가족과 이간질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 분을 왜 옆에 앉힙니까."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8월25일)
- "오해는 푸시고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국민들은 원할겁니다. 유가족들도 중지를 모으는..."

그러나 잘 풀릴 것 같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유족의 면담은 늘 깔딱고개에서 좌절됐습니다.

어제 3차 면담도 그렇게 30분 만에 판이 깨졌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9월1일)
- "오늘도 좀 여러 얘기를 진솔하게 말씀해 주시면 저희들이 경청해서…."

▶ 인터뷰 : 유경근 /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9월1일)
- "저희 유가족들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부터 바꿔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 인터뷰 : 주호영 / 새누리당 정책위의장(9월1일)
- "진상조사(위원회)에 우리가 합의해 놓은 게 부족함이 전혀 없다고 봅니다. 진상조사를 주도하는데 아무 장애가 없어요."

▶ 인터뷰 : 김병권 /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9월1일)
- "만약 새누리당이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대통령님이 답해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유족의 만남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나도, 새정치연합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국회 밖으로 나가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8월26일)
- "유족 뜻이 우선이다던 대통령은 단 한마디 언급없이 외면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3자협의체를 거부하고 있다. 사람 목숨 죽는데도 눈하나 깜짝안해 또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단 한사람도 구하지 못하나? 참사 반복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장외 투쟁에 대한 시선은 싸늘했습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은 45.9%, 새정치연합은 20.1%로 나타났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 이후 최저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조사한 여론조사를 보면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응답은 41%로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 43%와 비슷했습니다.

야당이 주장하는 ‘3자협의체 구성도 찬성 47%, 반대 41%보다 많았습니다.

야당이 요구하는 바가 국민 마음을 못 얻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왜 이런 여론과 동떨어져있을까요?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문제였을까요?

지도자급 인사들은 뭐했을까요?

문재인 의원은 단식을 끝낸 뒤 팽목항으로 갔고, 안철수 김한길 전 대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뿐이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8월28일)
-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단식을 풀었습니다. 다행입니다. 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빕니다. 저는 김영오씨의 생명이 걱정돼 단식을 말리려고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저도 단식을 중단합니다.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안되고 있습니다.
저도 당도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인터뷰 : 김한길 /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9월1일)
- "자, 갑시다. 갑시다."

▶ 인터뷰 : 김한길 /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9월1일)
- "이것 좀 놓고 너무 친하게 보이면…."

▶ 인터뷰 : 김한길 /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9월1일)
-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역없는 진상조사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9월1일)
- "(세월호 특별법이 이렇게 안 풀리는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9월1일)
- "대표로 있을 때 세월호 문제 잘 마무리 짓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저마다 가는 길이 있겠지만, 그 누구도 지금 위기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을 구하기는 힘들어보입니다.

결국 결단은 박영선 위원장이 해야 합니다.

도와줄 사람은 없습니다.

추선 전에 국회로 회군할 것인지, 그대로 강경하게 장외투쟁으로 이어갈 것인지 고독한 결단을 해야 합니다.

회군하자니 성과와 명분이 없고, 강행하자니 여론이 좋지 못합니다.

기로에 선 박영선 위원장의 어깨에 무거운 추가 달려 있는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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