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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3세대 한류 비즈니스모델 동남아 강타
입력 2014-08-11 11:11  | 수정 2014-08-11 17:25

[본 기사는 08월 06일(16:2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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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ㆍ20대로 보이는 젊은이 수천 명이 하노이 시내 롯데마트 앞에 설치된 간이 예선 무대를 향해 줄지어 서 있다. 저마다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베트남 최고 오디션 프로그램 '브이케이팝 슈퍼스타(VK-POP SUPER STAR)'에 도전하려 모여든 청춘들이다. "소녀시대처럼 될 거예요. 사랑해요 소녀시대!" 긴 머리에 앳된 얼굴을 한 탄투이 양(17)이 또렷한 한국말로 기자에게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식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이케이팝 슈퍼스타'가 최고 인기이다. 공영방송 브이티비(V TV-3)에서 황금시간대인 토요일 저녁 8시에 방영되는 것은 물론 시청률도 1위이다. 이 프로그램이 특별한 것은 기획과 제작을 모두 한국 엔터 업체가 맡았다는 점이다. 한국인 심사위원이 출연하고 한국 프로듀서와 K-팝 가수들이 멘토가 돼주는 한국에 의한, 한국식 프로그램이다.
엔터 업계에서는 배우 배용준과 가수 보아가 그랬던 것과 같이 해외에서 공연하고 음반을 파는 형태의 한류를 1세대로 분류한다. 2세대는 아이돌그룹 2PM이나 EXO처럼 중국인이나 대만인 등 현지인을 멤버로 합류시켜 해외 활동에도 중점을 두는 형태다. 반면 3세대 한류는 한국 콘텐츠와 제작ㆍ기획 능력을 바탕으로 직접 현지에서 스타를 발굴하고 그에 따른 이득을 챙긴다. 현재 베트남에서 인기몰이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 '브이케이팝 슈퍼스타'는 대표적인 3세대 한류 사례다.
베트남 오디션 프로그램 `브이케이팝 슈퍼스타`에서 본선 톱8인에 오른 참가자들이 경연 전 무대 뒤편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다. <김효혜 기자>
이 프로그램은 한국 중소 엔터 업체인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와 베트남 제작사 VNK가 공동으로 기획ㆍ제작했다. 레인보우브릿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스타를 발굴하려 한다.
김진우 레인보우브릿지 대표는 "데뷔하는 가수들은 베트남 제작사와의 조인트벤처(JV)를 통해 활동하게 되며 우리는 가수들이 벌어들이는 매출에서 일정 부분을 수익으로 확보한다"고 말했다.
레인보우브릿지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이 같은 오디션을 진행해 4인조 남성 아이돌그룹 'S4'와 6인조 여성 아이돌그룹 'SOS'를 데뷔시켰다. 철저히 'K팝 스타일'로 무장한 S4와 SOS는 현지 데뷔 직후 음악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엔터 업계 '큰손'인 YG엔터테인먼트와 키이스트 등도 현지 기획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현지 스타 발굴을 검토 중이다.
베트남 탑14 멤버 와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 김진우 대표
기존 1세대와 2세대 한류에는 수익 창출 기회가 공연 티켓 판매, 음반 판매, 프로그램 판매, 스타 출연료 등으로 제한적이었다. 3세대 한류는 현지 스타가 활동하는 모든 부분에서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어 보다 광범위한 수익 창출 기회가 존재한다. 국내 벤처캐피털(VC)과 사모투자펀드(PEF), 대기업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펀드형태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오디션프로그램으로 동남아 젊은이 마음 뺏어
- 롯데 340만불·삼성 250만불 투자 효과만점
동남아에 불고 있는 3세대 한류 열풍은 국내 기업들에도 훌륭한 마케팅 장이 되고 있다. 삼성과 롯데 등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이미 투자 대비 100배에 달하는 홍보 효과를 봤다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특히 현지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은 외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현지인에게 다가갈 수 있어 기업들이 환영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갤럭시 슈퍼스타(GALAXY SUPERSTAR)'에는 삼성전자가 프로그램 메인스폰서로 참여했다. 총 투자금은 250만달러이다. 스마트폰 '갤럭시S4와 태플릿PC '갤럭시탭' 등 삼성전자 제품들이 꾸준히 노출됐다. 또 베트남에서 방영중인 오디션 프로그램 '브이케이팝 슈퍼스타(VK-POP SUPERSTAR)'에는 롯데그룹이 총 340만달러를 지원하며 메인스폰서로 나섰다. 프로그램 방영 때마다 무대와 객석 등에 롯데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예선 현장은 항상 롯데마트 앞이며, 참가자들에게는 롯데리아 음식을 나눠주며 홍보했다. 호치민 예선장에서 만난 참가자 도안 덕(19)은 "오디션에 참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롯데 제품을 더 많이 알게됐다"고 말했다.
브이케이팝 슈퍼스타(VK-POP SUPERSTAR) 예선 접수 현장
김형태 롯데그룹 대홍기획 이사는 "한류 열풍과 더불어 베트남 현지 인구 대다수인 젊은층들 관심이 시너지를 내면서 프로그램 시청률이 매우 높게 나와 상당히 고무적이다"라며 "이 같은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홍보는 투입 대비 효용이 좋아 지속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류 열풍에 덩치키우는 엔터업체 증시 속속 입성
- 주가 급등·실적 개선에 VC, PEF, 기업도 투자 눈독
한류 열풍에 해외진출 기회가 늘면서 자금 수요가 커진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증시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박'을 내는 사례들이 나오자 대기업은 물론 벤처캐피탈과 사모투자펀드(PEF) 등도 덩달아 수익을 노리고 있다.
SM, YG, JYP 소위 '빅3'로 꼽히는 이들 엔터테인먼트 업체(이하 엔터 업체)들이 증시에서 '잘 나가는'유망주가 된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최근 더 강해진 한류 열풍을 타고 신흥강자들이 증시에 속속 진출하며 본격 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배우 하정우와 성유리의 소속사 판타지오는 10월 교육전문업체 에듀컴퍼니에 흡수합병된다. 사실상 판타지오의 상장이다. 에듀컴퍼니와 판타지오는 중국 한류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우 현빈의 소속사 오앤엔터테인먼트는 코스닥 상장사 쓰리원에 인수됐다.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가 속한 FNC엔터테인먼트도 상장을 준비중이며, 영화 '7번방의 선물' '변호인'을 흥행시킨 영화배급사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도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의 해외 인기에 힘입어 관련 기획사들이 시장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대표주자는 키이스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종영일인 2월 27일 키이스트 주가는 1430원이었지만 지난 달 5일 최고가(4350원)를 기록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키이스트 소속 배우 김수현 몸값을 따라 3개월여 만에 주가가 3배로 뛴 것이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별에서 온 그대'와 '기황후, '왕가네 식구들' 등 상반기에 화제를 모은 드라마 OST 대부분을 투자 유통해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덕분에 1분기 로엔의 콘텐츠 기획투자물량 또한 지난해 동기보다 20% 이상 늘면서 매출 호재로 작용했다. 로엔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53.4% 증가한 774억원, 영업이익은 153.4% 늘어난 154억원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알렸다.
CJ E&M도 지난해 '응답하라'시리즈로 1990년대 명곡들을 소개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으며 매회 사용된 배경음악들은 원곡과 리메이크 곡 모두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을 받았다. CJ E&M의 1분기 매출도 '응답하라1997 OST' 등 자체제작 음반과 음원의 확대, 온라인사업 증가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5% 증가한 539억원을 기록했다.
상장한 엔터 업체들이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벤처캐피털(VC)과 사모투자펀드(PEF)들이 중소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잇따라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한류 열풍과 더불어 문화 콘텐츠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제2의 YG'로 도약하는 중소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나올 것이란 기대에서다.
지난 2009년 일찌감치 YG에 투자한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투자원금의 3배가 넘는 돈을 벌어들이는 '대박'을 터뜨린 것은 전설과 같은 선례가 됐다.
실제로 KTB네트워크와 원익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각각 5억원과 15억원을 투자해 배우 하정우의 소속사 판타지오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사들였고, 이번 합병 결정 이후 RCPS의 보통주 전환을 청구해 차익을 실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에듀컴퍼니의 거래정지 종가(1750원)를 기준으로 원익투자파트너스가 1년 만에 17억원을, KTB네트워크도 6억원 수익을 낼 것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곡가 방시혁 씨가 설립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SV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등에서 6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영화배급사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도 지난 2012년부터 IBK캐피탈 아주IB투자 KTB네트워크 교원나라기술 등에서 총 100억원을 끌어모았다. 이들 투자사들은 당시 인수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올초 보통주로 전환했다. NEW가 상장한 이후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투자사들은 투자 원금을 제외하고도 4~6배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전문 투자사들뿐 아니라 엔터와 관련 있는 대기업들도 중소 엔터 업체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키이스트의 경우 중국 4대 포털 소후닷컴을 2대주주(지분율 6.4%)로 유치했다.
한 VC 관계자는 "투자 결과가 좋은 곳들이 많아 향후에는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류열풍이 예상외로 다양한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어 이를 통해 시너지를 내려는 기업들도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밝혔다.
[호찌민ㆍ하노이(베트남) =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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