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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웃게 한 추억의 코스닥] ④ 에스비엠 - 기업사냥꾼이 망친 회사 주주들 손으로 뚝딱뚝딱
입력 2014-08-01 13:32 

지난해 7월 상장폐지 된 에스비엠은 우수기업에 선정되고 우량한 재무상태를 자랑하던 회사다.
상장폐지 직전연도 에스비엠의 매출액은 300억원 정도로 크지 않았지만 영업이익률은 30%에 육박했고 기관의 사랑도 듬뿍 받았다. KB자산운용은 에스비엠의 지분을 15% 넘게 보유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 눈에 띄진 않았지만 '알짜 코스닥' 기업으로 꼽혔다.
그런 회사가 갑작스럽게 배임·횡령 혐의에 이어 문방구 어음 문제까지 터지면서 시장에서 퇴출됐다.

시장 이곳저곳에선 '억울하고 분하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주식 커뮤니티는 물론 청와대 신문고에도 글이 이어졌다. 당시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의 배임·횡령혐의를 지켜보다 못한 소액주주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에스비엠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발단은 창업주가 경영권을 매각하면서부터다. 기업사냥꾼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2012년 말 에스비엠 경영권을 인수한 T사는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했지만 사채 자금을 260억원 이상 끌어들여 에스비엠을 인수했고, 불과 4개월만에 300억원에 가까운 회사 돈을 횡령했다. 이후 T사 측이 발행한 82억5000만원 규모의 문방구 어음까지 발견되면서 퇴출로 내몰렸다.
문방구 어음이란 문방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어음 증서로 발행한 약속어음이다. 은행을 끼고 발행하는 은행 어음과 달리 쉽게 발행할 수 있어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에스비엠은 배임과 횡령 등으로 지난 3월 27일 의견 거절 감사보고서로 상폐 대상 종목이 된 이후 한국거래소로부터 한 차례 회생기회를 부여받았으나, 재감사 결과 역시 '의견거절'을 받았다.
회계법인이 재차 거절 의견을 낸 것은 재감사 과정에서 에스비엠의 '문방구 어음'이 여기저기서 포착돼 우발채무 규모를 산정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상폐 이후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남궁견 고려포리머 회장이 상장폐지 직전 에스비엠 주식을 매입한데 이어 정리매매 기간 큰 폭으로 하락한 주식을 대거 매집해 소액주주연대와 경영권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것.
이후 이지스엔터프라이즈가 고려포리머와 고려포리머 관계사가 보유 중이던 주식을 모두 매입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 됐고 에스비엠은 정상화에 애쓰고 있다.
박지훈 에스비엠 대표이사는 "현재 이지스엔터프라이즈 최병인 회장과 둘이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고 이사회는 엑셀시어 펀드 등이 참여해 3곳에서 나눠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며 "당분간 조직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방구어음에 대한 법정 판단은 승소로 끝났고 일부 어음은 회수를 해서 완전히 해결이 됐다"며 "상장은 폐지됐지만 올 초에 인도 쪽에서 대량으로 수주를 받는 등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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