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남 고급단독주택 리모델링 바람
입력 2014-07-13 17:22  | 수정 2014-07-13 19:47
서울 강남의 고급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 뒤 임대료를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초동 서초현대단독주택단지 전경. [사진 = 이승환 기자]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에 단독주택을 갖고 있는 최 모씨(65)는 최근 2억원을 들여 주택 내부와 외부를 리모델링했다.
대지면적 660㎡에 건물 연면적 500㎡의 2층짜리 단독주택 임대료는 보증금 없이 월 1000만원이었지만 최씨는 리모델링 이후 1500만원으로 올렸다. 인근 시세보다 비쌌지만 임대를 내놓자마자 반나절 만에 한 미국계 기업 한국 지사장으로 일하는 외국인과 계약을 맺었다. 최씨는 "2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지만 2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받아 인상분만 따져도 1억2000만원은 단 번에 회수한 셈"이라며 "주택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바우뫼로 주변 단독주택들도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과거 '양재동 교수마을'이라고 불렸던 이곳에는 아직도 40여 채 단독주택이 남아 있다. 인근 바로공인중개소 김성규 대표는 "작년에 이 일대 단독주택 리모델링이 3건 있었는데 올해도 2건이 진행됐다"며 "새로 집을 산 사람이 인테리어와 정원 등을 고치는 리모델링이 많다"고 설명했다.
강남 고급 단독주택 단지에서 리모델링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의 대표적인 고급 단독주택 단지인 방배동 서래마을, 서초동 서초현대단독주택단지, 양재동 바우뫼로 인근, 청담동 일대에서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건수가 크게 늘었다. 서초동 서초현대단독주택단지는 전체 40여 채 중 4채가 작년과 올해 상반기 리모델링을 마쳤다. 서래마을도 동광단지를 중심으로 3건 이상 리모델링이 진행됐다. 청담동 청담고 주변에서도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인 단독주택을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는 단독주택을 부수고 그 자리에 고급 빌라나 도시형생활주택을 짓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급 빌라 분양이 시들해지고, 도시형생활주택은 공급 과잉으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자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 뒤 임대료를 올리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강남 고급 단독주택이 크게 줄어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가격도 오름세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강남의 '대지 660㎡ 이상, 건물 연면적 330㎡ 초과' 대형 단독주택 가격은 0.74% 올라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 0.91%보다 다소 낮았지만 서울 단독주택 평균 상승률 0.38%의 두 배에 육박했다.
실제 서래마을 동광단지 단독주택은 3.3㎡당 3000만~4000만원 수준인데 이미 공동주택으로 많이 개발돼 몇 개 남지 않은 단독주택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찾는 사람도 많다. 인근 아파트와 고급 빌라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성진 서래마을 그랑씨엘공인중개소 대표는 "집주인은 물론 개발업자도 고급 빌라를 짓기보다는 단독주택 리모델링 또는 신축을 통해 직접 거주하거나 높은 임대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많다"며 "임대인은 마당 있는 큰 집을 선호하는 외국계 기업의 외국인 CEO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대표는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지만 직장 등 문제로 지방에 내려갈 수 없는 사람들이 주로 구매한다"며 "매물이 귀해 리모델링까지 마친 A급 매물이 나오면 바로 거래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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