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종시 전세금 6개월만에 반토막
입력 2014-07-07 17:39 
7일 낮 세종특별자치시 한솔동. 이 일대 상가 1층에 줄줄이 들어선 부동산 중개업소는 '특급 전세' '로열층 전세' 등 매물표가 붙어 있지만 손님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전화벨도 울리지 않고 아예 자리를 비운 곳도 눈에 띈다.
한솔동 귀빈공인 관계자는 "첫마을 아파트 전용면적 84㎡형 전세금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반토막 났다"며 "거주자는 부족한데 매달 새 아파트가 쏟아지니 전세 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전세금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던 세종시가 확 꺾였다. 막바지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있지만 올 들어 새 아파트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전세 가격이 올해 초보다 1억원 넘게 폭락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첫마을 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올해 초 2억1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최근 1억2000만~1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금강 조망이 뛰어난 '첫마을 래미안' 전용면적 84㎡ 전세금도 작년 여름 2억30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요즘은 1억3000만원까지 낮춰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

집들이를 앞둔 새 아파트도 비상이다. 1-2생활권(아름동)의 '세종 한양수자인 에듀시티', 1-3생활권(종촌동)의 '세종 엠코타운' 등 전용면적 84㎡ 전세금은 1억원 하한선이 뚫렸다. 대출이 낀 집은 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빈집이 늘고 있어 금남면 등 원룸ㆍ투룸 주택 월세도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실수요자가 떠받치는 전세 시장이 흔들리면서 기존 매매ㆍ분양권 시장도 체면을 구겼다. 세종시 아파트 값은 지난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분양권은 1년여 전에 최대 1억원 웃돈이 형성됐지만 최근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이 등장했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에 수천만 원씩 붙었던 웃돈 역시 거의 사라졌다. 오는 11월 집들이하는 '세종시 호반베르디움'에는 입주 프리미엄이 3000만원가량 형성됐지만 다른 아파트에는 겨우 수백만 원 붙거나 없는 곳이 많다. C공인 관계자는 "집값도 전세금도 떨어지다 보니 주택 대출이자를 내며 버겁게 살기보다 싼 전셋집에 살면서 돈을 모으는 게 낫다며 집을 처분하려는 젊은 부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세종시 부동산시장은 당분간 고전할 것 같다. 주택 수요ㆍ공급 불균형이 심해서다.
우선 공급이 넘친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세종시는 2012년 출범 후 지난해 말까지 7000여 가구가 입주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 들어 1만3129가구, 내년에는 1만4887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분양 물량도 많다. 작년 1만1838가구에 이어 올해도 1만2877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다.
반면 정주(定住) 수요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2년 동안 매년 공무원 5000여 명이 이전했으며 올해 말에도 국세청 소방방재청 국민권익위원회 등 2100여 명이 이주할 계획이지만 실제 이사한 공무원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 70~80여 대씩 운행되는 서울ㆍ수도권 통근버스로 출퇴근하거나 세종시에 머물더라도 삼삼오오 모여 집을 나눠 쓰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세종시가 자족 기능을 빨리 갖출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팀장은 "주택 공급량은 많은데 수요는 기대에 못 미치니 전세금과 집값 하락은 예고됐던 현상"이라며 "인구를 끌어들이고 정착시킬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들지 못하면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등 세종시가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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