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너무 무거운 주당가격…액면분할을
입력 2014-07-07 17:29  | 수정 2014-07-07 19:26
# 미국 애플은 지난달 9일 주당 645.57달러(약 65만원)에서 7대1 비율로 액면분할을 실시하면서 주가가 9만3000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앞서 지난 4월 24일 액면분할 및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 당일 종가(524.75달러)와 비교하면 이날 애플의 주가는 불과 한 달 반 만에 23%나 상승했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혁신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은 자본시장에서도 적극적인 주식 액면분할로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애플은 앞서 1987년 5월, 2000년 6월, 2005년 2월 등 회사 주가가 고공행진을 할 때마다 2대1 비율의 주식분할을 통해 주가를 낮춰 개인들의 투자 참여를 유도했다. 반면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국내 기업들의 주가는 글로벌 경쟁 기업 대비 10배 이상 높아 개인들이 매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개인들의 대형주 투자를 통한 증시 활성화를 위해 주요 기업들이 과감한 액면분할을 통해 주당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7일 매일경제신문이 이트레이드증권에 의뢰해 삼성전자 현대차 네이버 포스코 등 국내 증시 시가총액 10위 이내 업종별 주요 종목들의 주가(6월 말 종가 기준)를 글로벌 경쟁 기업들과 비교한 결과 삼성전자(132만2000원)는 스마트폰 사업부문 최대 경쟁사인 애플(9만4000원)의 14.1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부문의 경쟁사인 인텔(3만1200원)과 비교하면 42.4배로 더욱 격차가 컸다.
현대차(22만9500원)도 미국 포드(1만7400원)의 13.2배, 일본 도요타(6만700원)의 3.8배였다. 인터넷포털 업체인 네이버(83만5000원)는 미국 구글(59만1400원)의 1.4배, 중국 바이두(18만9000원)의 4.4배였다. 포스코(30만4000원)는 세계 최대 철강업체 프랑스 아르셀로미탈(1만5100원)의 20.1배, 일본 신일본제철(3200원)의 95.0배에 달했다. 이처럼 국내 대표 기업들의 한 주 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개인들의 투자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전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의 투자 비중(거래대금 기준)은 43%였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개인 거래 비중은 각각 16%와 24%로 시장 평균 대비 크게 낮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기업들의 액면분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액면분할을 실시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의 케이씨티시와 코스닥의 삼일기업공사 등 2곳에 그쳤다. 상반기 기준 2011년 26건, 2012년 10건, 2013년 9곳에서 급감한 수치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액면분할에 소극적인 것은 높은 주가가 회사의 가치 내지 자존심을 반영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호철 거래소 부이사장은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일반 근로자들이 생활비를 제외한 월급으로 한 주를 사기도 힘든 가격"이라며 "국내 주요 기업들도 '황제주'라는 자존심보다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액면분할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용어설명>
▷ 액면분할 : 주식 한 주당 액면가를 낮게 조정해 발행 주식 총수를 늘리는 것. 증자와 달리 자본금에 변동이 없고 주식 수만 늘어난다.
[최재원 기자 / 윤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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